“대면수업 적응 못해” 초등학생 ADHD 늘어… 엔데믹의 그림자

최효정 기자 2023. 6. 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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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14세 ADHD 환자, 최근 3년 새 23% 증가
대면, 비대면 수업 혼란으로 공교육 적응 시기 놓쳐
의학계 “소아 ADHD 조기 발견 치료가 중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정모(29)씨는 최근 주의가 산만한 일부 학생들이 일으키는 말썽이 예전보다 잦아져 고민이다.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한 아이도 작년 말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그는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후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교실 안을 돌아다니거나 큰 소리를 내는 등의 행동으로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아이들이 많다”며 “학부모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ADHD 의심 행동을 보이는 초등학생이 많아져 학부모와 교사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인 주의력 결핍과 산만한 행동, 과도한 활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가정보육에 익숙한 아이들이 공교육 시스템에 처음으로 편입되는 시기에 코로나라는 세계적 대유행병이 닥치면서 단체 대면 수업에 적응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모습. /뉴스1

◇ 5~14세 ADHD 환자 수, 코로나 전후로 23% 증가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만 5~14세 ADHD 환자 수는 2019년 4만5533명에서 2021년 5만6115명으로 23% 증가했다. 이중 5~9세 ADHD 환자는 코로나 초창기이던 2020년 2만2471명에서 1년 만인 2021년 2만8123명으로 25% 늘었다. 만 10~14세도 2019년 2만2944명, 2020년 2만3627명, 2021년 2만7992명으로 3년 내내 증가했다.

초·중·고등학교의 전면 등교가 실시된 2021년 11월부터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에서 수십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초등학생 자녀가 ADHD로 의심돼 검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이 한 주에만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주로 비대면 수업에 익숙한 아이들이 수업 중에 벌떡 일어나 교실을 이탈하는 등 돌발 행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모(38)씨는 최근 자녀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고 학교에 갔다. 김씨는 “아이가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핑계로 자주 자리를 뜨거나, 목소리가 크고 행동이 과격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하더라”라며 “친구들이 없어 또래 친구 관계가 걱정된다고 담임교사가 ‘ADHD 검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성동구의 중학교 1학년 담임교사 이모(27)씨는 “주의력이 부족해 ADHD로 의심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교사가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ADHD 검사 여부를 물어보면 화를 내는 학부모가 있는데 가정에서도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더 써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아동 ADHD 환자 수가 증가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은 가정보육을 하다 처음으로 공교육 시스템을 경험하게 되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교육 환경이 급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입학 후 매일 등교하면서 학교에 대한 적응기를 충분히 가졌던 반면, 지난 3년 간 개학이 늦어지고 전염병 확산 상황에 따라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교차로 이뤄지면서 아동들이 공교육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또 팬데믹 기간 집에서 고립됐다가 급작스레 또래들과 대면하고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 내몰린 아이들이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대인 관계 등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돼 ADHD가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과거엔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팽배했다면 최근에는 정신 건강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질환에 대한 발견율이 늘어난 점도 소아 ADHD 환자가 증가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소아 ADHD는 성인으로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의학계에서는 조언한다. 이병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ADHD는 소아의 경우 이제껏 발견되는 경우가 적었지만, 코로나 기간에 학부모들이 재택 수업을 받는 자녀의 생활 습관을 곁에서 지켜보고 대면 수업 후 아이들의 학교 적응도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ADHD 증상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소아 ADHD를 겪은 환자의 3분의 1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약물치료를 하기 때문에 소아 때 꾸준히 관리하면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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