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의원 84→60명 감축 “대통령 국정 장악 꼼수” 비판
“국가 지출 줄이려는 조처” 자평에
시민단체 “야당 살아남지 못할 것” 비판
엘살바도르가 국회의원 수를 84명에서 6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장도 262명에서 44명으로 대폭 감축한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국가 지출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지만, 시민단체에선 야권을 탄압하고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권위주의 체제 강화를 위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8일(현지시간) 의회 의석수를 84석에서 60석으로 24석(28.5%) 감축하는 법안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앞서 엘살바도르 의회는 지난 6일 해당 법안을 가결했고, 부켈레 대통령도 곧바로 법안에 서명했다. 개정안은 내년 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부터 적용된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국가 지출을 줄이고, 투표의 평등을 촉진하고, 민주적 선택을 수행하고, 국민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들 조처”라고 자평했다. 부켈레 대통령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992년 체결한 가짜 평화협정 이전으로 의석수를 되돌리고자 한다”며 “이는 대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는 1980년부터 1992년까지 내전을 겪은 뒤 체결한 평화협정에서 의원 수를 84석으로 정하고 임기는 3년으로 제한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담합이라고 비판하며 개정 의사를 밝혀왔다.
개정된 법안엔 현재 262명인 지방자치단체장을 44명으로 줄이는 방안도 담겼다. 부켈레 대통령은 “많은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이 도둑질에만 전념하며 주민들로부터 사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엘살바도르 시민단체인 ‘시민행동’은 의원정수 감축이 부켈레 대통령과 여권의 국정 장악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집권당이 과반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야당이 대부분 살아남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선거구 변경을 통해 집권당은 최대 80% 이상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강력한 폭력 조직 척결 정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21년 2월 총선에서 여당 연합이 전체 84석 중 61석을 차지하자 국회를 통해 대법원 헌법재판부 판사 5명 전원을 파면하고 충성파로 교체하는 등 독재 체제 다지기에 나섰다. 새 대법관들은 헌법의 연임 제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부켈레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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