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사장이 돌아본 소주성 “조개 까던 할머니 일자리 잃다”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前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2023. 6.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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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운경의 생업전선]

● 생선 장사 하다 어느새 횟집 사장
● 매출이 인건비 3.3배 돼야 안 망하는데…
● 가격 높이기로 이어진 최저임금 인상
● 의도와 정반대 결과 나오는 일 있는 법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가 홍어를 손질하고 있다. 함 대표는 전북 군산시에서 횟집 ‘네모선장’을 운영한다. [페이스북]
전북 군산에서 횟집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 8개월쯤 됐다. 평생 음식점을 업으로 한 사람들에 비하면 참 일천한 경력이다. 횟집은 생선 장사를 하다가 일을 하나 더 벌인 것이다. 사실 생선 장사도 집안은 물론 주변에도 수산물 관계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겁도 없이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발상을 바꿔 온라인에서 생선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택배로 배달하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팔딱팔딱 뛰는 활어만이 제대로 된 횟감이라고 여겼는데, 숙성회가 색다른 맛을 낸다는 사실을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알게 됐다. 배송 과정이 자연스럽게 숙성 과정이 되게끔 해 상품을 판매했다.

사업이 탄력을 받은 때는 4년 전. 민어회를 팔아 네이버 판매 순위 상위에 랭크된 때부터다. "민어회를 매장에 가서 먹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사기"라고 한 발언이 주목받으며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온라인 판매를 계속하면서 오프라인 판매도 하려다 보니 결국 나는 어느덧 생각지도 못한 횟집 사장이 돼 있었다.

식당 영업=손님 시중들기

횟집 운영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동일하게 생선을 다루는 일이건만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점포 운영은 완전히 달랐다. 손님에게 자리만 만들어주면 되는 일이 결코 아니었다. 어차피 식재료를 가공·유통하고 있으니 손님 먹을 수 있도록 반찬 몇 가지만 더 보태면 되는 걸로 생각한 게 큰 오판이었다.

식당 영업은 사람을 시중드는 일이다. 제아무리 '술과 물은 셀프'라고 써놓아도 지켜지지 않았다. 민어는 값비싼 고급 생선이다. 민어회를 찾는 손님들은 그에 맞는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생각보다 직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횟집 운영 30년 경력의 지인이 여러 가지를 가르쳐줬다. 먼저 비용을 고려해 가격을 정하는 법. 판매가의 30%를 재료비, 30%는 인건비, 30%는 기타 경비로 잡아야 한다. 이 말은 재료비가 30%를 넘으면 적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횟집은 이른바 '스키다시'라고 해 밑반찬이 많이 나간다. 회보다 스키다시에 더 관심이 많은 손님이 적잖다. 하지만 앞선 '30년 생존자'는 이런 요구를 맞추다 재료비 비중이 30%를 넘겨 얼마 못 가 망하는 집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인건비에 맞춰 매출 목표를 잡는 법도 지도해줬다. 인건비 대비 매출이 3.3배가 돼야 한다. 예컨대 책정한 인건비가 월 600만 원이라면 매출은 1980만 원을 찍어야 한다. 25일 영업한다면 하루 매출 79만2000원을 기록해야 한다. 한 테이블당 6만 원씩 쓴다고 하면 13.2테이블이 차야 한다. 대체로 음주도 하고, 손님의 체류 시간이 긴 횟집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최저인금을 대폭 인상했다. [Gettyimage]

말도 안 되는 논리

주방장, 주방찬모, 주방보조, 서빙 등 횟집 직원들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작은 횟집은 이런 인력을 다 둘 수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소규모 식당은 일가족이 붙어서 하지 않으면 다 망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혜택을 받고 고용주도 그 혜택 수준의 부담만 진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단순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그 위의 주방장, 주방찬모 등 기술직·숙련직 근로자의 급여를 올려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전체 인건비가 오른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원리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최저임금을 16.4% 올린 2018년은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당시 직원 2~3명을 고용해 오프라인 생선 가게를 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셈법 기준 인건비 16.4%가 인상되면 매출은 이보다 3.3배를 더 올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으니 달성해야 할 하루 매출은 79만 원에서 92만 원이 된다. 정부가 임금을 올리라고 하면 올려야 하는 것이지만 매출이 따라 올라가진 않는다. 수지를 맞추려면 어디에서든 비용을 줄여야만 한다.

생각해 보자. 임금이 오르면 매출이 올라갈까. 정책으로 임금을 올리듯 매출도 그래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소득이 늘어나니 성장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부가 해주지 않으니 기업은 알아서 매출을 올려야 한다.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가격 인상이다. 인력을 줄이지 못한다면 망하지 않기 위해 결국 가격 인상을 택하게 된다. 결국 임금이 오른 만큼 구매력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대체 소득주도성장이 주는 효용이 뭐였을까. 있긴 한 건지 의문이다.

군산 새조개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생선 장사를 하던 때다. 새조개는 가장 맛있는 조개로 알려졌다. 충남과 전남 장흥에서 주로 생산됐는데, 2년쯤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 군산에서도 큰 새조개가 많이 났고, 이에 특수효과를 누린 셈이다. 새조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껍데기를 까야만 한다.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단순 반복 작업으로 할머니들이 하면 딱 맞다.

상품 비싸지고, 일자리 사라지고

할머니 1명을 최저임금 수준에서 채용해 일을 맡겼다. 복잡한 일이 생겼다. 할머니는 새조개를 까는 작업만 하니 세척·포장 등 새로운 일거리가 생긴 정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할머니에게 단순 작업을 넘어서는 일을 맡기자니 지나치긴 한데, 그렇다고 인상된 최저임금이 단순 작업에 대한 보수라기엔 많아 곤란했다. 결국 할머니에게 일을 계속 맡길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정직원이 무급으로 새조개를 까야 했다.

수산물 손질 업무는 갑작스럽게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고정 인력을 쓰기 어렵다. 성격상 비정규 단순노동이 불가피한 일이 여전히 있다. 새조개 까기는 물론 바지락 까기, 새우 다듬기, 꼴뚜기 골라내기 등이 모두 해당된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거쳐 내놓는 상품을 소비자가 비싸다고 판단하면 이 상품은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가격이 비싸졌고, 그래서 안 팔린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품만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도 문제다.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면 단순 노동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숙련 기술이 없거나 고령 등으로 인해 이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일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국가에 "세금으로 이들을 다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한국은 드물게 최저임금제를 '법률'이 아닌 '헌법'에 명문화해 놓았다. 그만큼 약자를 더 보호하자는 취지인데, 시대가 바뀌면서 결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리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세상엔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일이 있는 법이다.


함운경
● 1964년 출생
●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 前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 前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조직부장
● 現 네모선장 대표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前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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