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자살 학생 70% 이상이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던 이유는

임태우 기자 입력 2023. 6. 9. 10:03 수정 2023. 6. 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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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중고교 2천여 곳에 '학생 자살 징후 체크리스트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제목의 긴급 공문을 보냈습니다.

내용인즉슨 최근 조사에서 자살 학생 70% 이상이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나타났으니 교직원들에게 학생들을 별도로 세심하게 관찰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랬더니 50여 명의 자살 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생전에 치른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정상군'으로 나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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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매년 정서행동특성 검사를 실시하지만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중고교 2천여 곳에 '학생 자살 징후 체크리스트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제목의 긴급 공문을 보냈습니다. 내용인즉슨 최근 조사에서 자살 학생 70% 이상이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나타났으니 교직원들에게 학생들을 별도로 세심하게 관찰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경기도는 전국 시도 가운데 자살 학생이 제일 많습니다. 경기도가 학교와 학생이 제일 많기 때문이긴 하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40명 안팎이던 자살 학생 수가 재작년부터 갑자기 50명을 훌쩍 넘으면서 도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살 예방 대책을 세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지난해 자살한 학생들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50여 명의 자살 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생전에 치른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정상군'으로 나왔던 겁니다. 참고로 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자살 고위험군을 가려내 예방 조치를 하기 위해 교육부가 매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검사입니다.

그런데 실제 자살한 학생 상당수가 이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다는 건 다시 말해 생전에 도움의 손길을 제대로 못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뜻합니다. 검사의 자살 예방 효과가 과연 있기는 한 거냐,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요즘 국내 청소년 자살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최근 집계된 10대 자살률은 10만 명당 2.7명으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교육부가 매년 집계하는 자살 학생 수도 3년 전까지 150명을 밑돌다 대면 수업이 늘기 시작한 재작년부터 거의 200명대로 급증했습니다.
물론 이 검사를 통해 매년 2만 명 정도가 위험군으로 진단받고 심리 상담을 받고 있어 분명히 성과와 필요성은 있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자살 학생 상당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현실 속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검사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현행 검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학생 스스로 검사 문항에 답을 하고 그 결과는 부모에게 통보되는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속내를 100%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살 원인이 가정 불화나 부모와 관련돼 있다면 검사에서 거짓응답을 할 수 있고, 어차피 말해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절망감이 클수록 속내를 숨길 가능성이 큽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검사 문항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위 두 문항에 대한 답을 통해서 '자살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직설적인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그렇다, 아니다로 답변하는데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겁니다. 미디어 의존도가 높고 사이버 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현실을 검사 문항이나 방식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의견도 있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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