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정치인 돈 댔다” 권도형 편지에 몬테네그로 총선판 ‘흔들’

문지연 기자 2023. 6. 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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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편지’ 한 장이 몬테네그로 정치권을 발칵 뒤집었다. 권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오는 11일 있을 현지 총선의 대형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 대표에게 자필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편지에는 권 대표가 지난해 6월 창당한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그에게 정치 자금을 댔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같은 편지를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과 특별검사실에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 대표와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 유럽’은 몬테네그로에서 인기몰이 중인 신생 정당이다. 지난 4월에는 이 정당 소속인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오는 11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을 이끄는 스파이치 대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다. 이런 상황에서 권 대표의 편지라는 최대 악재를 맞은 셈이다.

몬테네그로 신생 정당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가운데). /밀로코 스파이치 트위터

파문이 일자 스파이치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2018년 초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맞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이유는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아드지치 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심지어 가족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당시는 권 대표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때”라고 맞섰다.

이어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가상화폐 세계의 누군가가 몬테네그로 선거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권 대표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겼다. 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기 전 인접한 세르비아에 머무른 바 있다. 한 독일 매체는 권 대표 측이 베오그라드에서 구매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말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11개월가량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23일 측근 한모씨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 공문서위조 혐의로 검거됐다. 그는 최근 몬테네그로 법원이 보석 결정을 취소함에 따라, 구금 상태에서 오는 16일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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