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익명 기부하는 사람들의 ‘진짜’ 심리는?[북리뷰]

유민우 기자 2023. 6. 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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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를 졸업했지만 어느 학교 출신이냐는 질문에 "보스턴에 있는 학교를 나왔다"고 겸손히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게임이론은 사람·기업·국가 등이 상호작용 환경, 즉 자신의 행위뿐 아니라 상대의 행위도 중요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수학적 도구함이다.

아주 특별한 성과나 강점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이 전략에 너무 큰 비용이 따른다고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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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
모시 호프먼·에레즈 요엘리 지음│김태훈 옮김│김영사

세계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를 졸업했지만 어느 학교 출신이냐는 질문에 “보스턴에 있는 학교를 나왔다”고 겸손히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이렇게 행동할까. 직관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쉽다. 감췄던 사실이 드러났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는 존경심이 감추지 않았을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사실 합리적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게임이론으로 설명한다.

저자인 경제학자 모시 호프먼과 에레즈 요엘리는 게임이론을 통해 인간·기업·국가뿐 아니라 동물의 행동까지 설명한다. 게임이론은 사람·기업·국가 등이 상호작용 환경, 즉 자신의 행위뿐 아니라 상대의 행위도 중요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수학적 도구함이다. 게임이론엔 보상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수행하는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각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을 전제로 최선의 전략을 선택한다.

겸손함, 익명 기부, 좋아하는 이성의 연락처를 받고도 3일 뒤 연락하는 것. 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적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람직한 것을 가지고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감춘다는 점이다. 이는 보상을 위해 최선의 전략을 선택하는 게임이론과 정반대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본 내용을 감추는 것 자체가 값비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력, 우수한 학력, 안정적인 가정 등 다수의 긍정적 속성을 보유한 경우 감출 여유가 있다. 적어도 하나는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훨씬 많은 긍정 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상대방이 추정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아주 특별한 성과나 강점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이 전략에 너무 큰 비용이 따른다고 여길 것이다.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전에 떠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겸손을 미덕으로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겸손이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란 시각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이해할 수 없었던 스스로의 행동 또는 타인의 수수께끼 같은 행적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456쪽, 2만1000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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