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기 도입 폴란드에 수십조 금융 지원…어떻게 읽어야 하나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2023. 6.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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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과 엄동환 방사청장이 악수하고 있다.


우리 방산은 작년 폴란드와 17조 원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4조 원 안팎이던 평년 방산수출 실적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과입니다. 중부 유럽의 안보 불안을 덜어주는 준비된 병기창의 역할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출 잭팟이란 환호 뒤에 숨겨진 언짢은 면도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폴란드 정부에 대출과 보증 등 12조 원의 금융지원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2차 수출에도 금융지원이 뒤따릅니다. 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폴란드는 1, 2차에 걸쳐 총 30조 원 안팎의 대출과 보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폴란드 수출에는 금융지원 외에 현지생산과 기술이전 조건도 붙어 있습니다. 폴란드는 우리 수출입은행 돈 빌려서 공장 짓고 이전받은 기술로 무기 만들어 중부 유럽에 수출할 생각입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폴란드가 방산수출의 유럽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금융지원과 현지생산, 기술이전 등 수입국 특혜를 감안하면 폴란드 수출의 진면목을 달리 봐야 하겠습니다.

늘어나는 금융지원…"대출·보증 한도 초과할 지경"

지난 7일 공개된 폴란드 수출형 FA-50

방산업체들 공시에 따르면 작년 폴란드 수출 계약은 K2전차 4조 4,992억 원, K9 자주포 3조 2,038억 원, FA-50 경공격기 4조 2,080억 원, 천무 다연장로켓 5조 476억 원입니다. 모두 합쳐 약 17조 원입니다. 계약의 반대급부로 수주액의 70%인 12조 원에 달하는 대출, 보증 등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폴란드에 제공됩니다. 대출이 7조 원 안팎이고, 나머지는 보증입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연내 폴란드와 2차 계약을 체결합니다. 1차 보다 물량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수출입은행의 2차 금융지원의 규모도 덩달아 커집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차보다 몇십% 늘어난 수준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차 금융지원만 15조~20조 원에 달한다는 의미입니다. 1, 2차 합치면 30조 원대입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그제(7일) 공식 웹사이트에 "지금은 국립경제은행이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문제가 남았다(Now, it is a matter of getting the Bank of National Economy to fill the financial plans with content)"라고 밝혔습니다. 수출입은행과 폴란드 국책 은행의 마무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유력 방산업체 고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수입국 지원용 대출과 보증에는 한도가 있다", "특정 업종만 과도하게 지원하면 다른 업종은 빈손으로 수출 전선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술이전 현지생산 금융지원까지, 3종 세트 다 주면…

지난 7일 폴란드 수출형 FA-50 출고식에서 한국과 폴란드의 국방부 및 군 고위직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기자는 어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술이전, 현지생산, 금융지원 등 절충교역 3종 세트를 다 주면 국가적으로 손해다", "우리가 대출해 준 돈으로 폴란드는 공장 짓고 설비 깔아서 이전받은 기술로 K2, K9 만든 다음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 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 충분히 고려해서 최적의 협상안을 내도록 지금 노력 중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폴란드 수출은 폴란드가 중부 유럽의 방산 강국으로 부상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폴란드를 국산무기의 유럽 수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우리의 희망은 스러지고 있습니다. 좀 냉정하게 폴란드 수출 이슈를 바라보고, 늦었지만 남은 협상에서 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폴란드가 현지생산 라이센스 권한을 원한다", "1차 수출대금의 잔금에 대한 추가 대출을 요구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상품의 교역과 달리 무기의 국제 거래는 국제정치와 힘의 논리에 지배됩니다. 무기 수출 강국들이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점만 봐도 이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국방과학의 기술적 장벽도 높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에 국력, 국방과학력이 뒤지는 우리를 향해 열린 무기 시장은 참 좁습니다. 폴란드 수출에 더해진 금융지원, 기술이전, 현지생산 등의 조건은 기울어진 국제 방산의 운동장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테지만, 과한 퍼주기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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