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으면 바보’라는 시민단체의 나랏돈 빼먹기, 대수술 필요하지만… [핫이슈]
비영리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빼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지난달 감사원 발표로 드러난 비영리단체 횡령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한 문화 관련 시민단체 간부는 회계직원·지인과 공모해 허위로 강사료를 지급했다 돌려받는 방식으로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 강사료 지급 횟수만 400회 이상이었고, 강사료로 횡령한 금액만도 1억원이 넘었다.
강사료로 끝이 아니었다. 이 간부는 현수막·영상 제작 업체에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7억4500만원을 횡령했다. 호텔 리조트에 대관료로 4000만원을 미리 지급한 후 행사 비용으로는 400만원만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자신과 가족들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썼다. 이용 횟수는 30회에 달한다. 직원이 아닌 자기 며느리에게 46개월 동안 6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은 총 10억5300만원에 달했고, 국민 혈세는 이 간부 자녀의 주택 구입과 회사 운영비, 손녀의 말 구입비·유학비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한 여성인권단체 대표는 총근무일 100일 중 73일을 근무하지도 않은 채 인건비로 665만원을 부정수급했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즐긴 기간에도 허위로 근무 확인서를 작성했다.
한 청소년 회복 사업 보조단체 대표는 명목상 인쇄물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배우자에게 인쇄물 제작 용역을 발주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횡령했고, 한 재외동포 협력사업 보조단체 대표는 수의계약업체에 하도급을 준 후, 하도급 업체가 자신이 딸 명의로 세운 페이퍼 컴퍼니에 다시 용역을 주도록 지시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챙겼다.
보조금을 사적으로 취한 것은 아니지만,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이나 행사에 사용한 단체도 많다.
민간단체에 지원된 국고보조금 감사 결과 부정·비리가 확인된 것만 3년간 총 1865건, 314억원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를 지시했는데, 국민 세금인 국고보조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압박이 강화되자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단체와 개인의 일탈을 시민단체 전체의 부도덕인 양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에 맞게 합법적으로 보조금을 사용하고,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한 단체라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먹는 게 임자’ ‘못 먹으면 바보’라는 생각으로 보조금을 일단 챙기고 본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정부나 기업 후원을 받지 않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도 있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보조금을 시민단체 길들이기를 위한 무기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정권 입맛에 맞는 단체를 골라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단체의 돈줄을 죄는 용도로 칼을 휘두른다면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악순환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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