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정치자금 후원' 편지에 몬테네그로 정치권 '발칵'

권도형 대표, '지금 유럽' 스파이치 대표에 정치자금 후원했다 밝혀
스파이치 대표, 의혹 전면 부인...오히려 권 대표 체포에 도움 줬다 주장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로 인해 오는 11일 총선을 앞둔 몬테네그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8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등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권 대표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쓴 편지에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으며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습니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를 포함해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 특별검사실에도 같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몬테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치 정당이나 선거 운동에 기부할 수 없고 정당은 부정 방지국에 모든 기부금을 보고해야 합니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라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으로 오는 11일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스파이치 대표가 권 대표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스파이치 대표는 2018년 초 자신과 당시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했을 뿐 정치 자금을 받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몬테네그로 재무장관을 지낸 스파이치 대표는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으며 블록체인 산업이 3년 이내에 몬테네그로 경제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렸기 때문에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힐 수 있었다고 말했지만,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아드지치 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는 정보가 있다"라며 "친근한 가족적 분위기였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가상화폐 세계의 누군가가 몬테네그로의 선거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권도형에게 압수한 노트북에서 정치 자금 후원 증거를 발견했다"라며 "액수는 밝히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몬테네그로 국가안보위원회는 특별검사실에 권 대표와 몬테네그로 정당 간의 관계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한편 권 대표의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이 재판에서 권 대표의 보석 여부를 두고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11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이다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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