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윤영철 스타덤 오른 사이… 심준석은 3년 뒤를 베팅했다, 이제 새 페이지가 열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는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2순위 지명자인 김서현(19‧한화)과 윤영철(19‧KIA)의 활약에 환호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가다듬을 게 많은 고졸 신인들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잠재력은 확실하게 보여주며 1군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체 1순위로 입단한 김서현은 이미 1군 무대에서 시속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160㎞를 던질 수 있는 어깨 자체는 기대를 모을 만한 큰 축복임에 분명하다. 윤영철은 구속은 특별하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기 운영을 앞세워 선발 로테이션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2023년 신인드래프트는 상위 1~3라운드에서 뽑힌 선수들이 예년보다 더 일찍 1군 무대에 데뷔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애당초 이 선수들보다 더 큰 잠재력을 인정받은 '원래 1순위' 선수는 잠시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드래프트에 나오지 않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심준석(19‧피츠버그)은 남몰래 땀을 흘리며 미래를 그리고 있다.
계약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팀의 훈련 시설이 있는 미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서 훈련을 진행했던 심준석은 이제 루키리그로 올라가 본격적인 미국 생활을 시작한다. 부상 등 여러 루머가 퍼지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심준석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꾸준히 불펜 피칭을 했고, 4월부터는 라이브 피칭에도 나서면서 이닝을 점차 불려왔다.
그런 심준석은 오는 11일(한국시간) 볼티모어 루키팀과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바로 선발로 뛴다는 점에서 그간의 준비와 피츠버그 팀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이미 심준석의 기량은 루키리그는 뛰어넘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루키리그에서 무난하게 투구를 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싱글A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연내 싱글A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발로 나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어깨를 예열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3~4달 동안 많은 것을 훈련하고 또 교정했다. 투구 폼이 고교 시절과는 조금 바뀌었다. 더 간결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동기들이 KBO리그에서 팬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이, 최대어였던 심준석은 실전보다는 훈련으로 미래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KBO리그 1군 무대에 있다면 이런 단계를 차분하게 밟기가 쉽지 않다. 입단했다면 심준석의 기량을 고려했을 때 2군보다는 지금쯤 1군에서 공을 던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1군은 실험의 장이 아니다. 성적과 결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자연히 당장의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보완점을 수정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다.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공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그림에서는 지금 확실하게 몸을 더 만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심준석 또한 차분하게 해보고 싶은 것을 하며 자신의 보완점을 찾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에 올 때부터 심준석이 그린 그림이기도 하다.
피츠버그 구단은 심준석의 현재 구위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훈련 시설에 있는 어린 선수들은 라이브피칭에서 심준석의 공을 제대로 맞히지도 못했다. 루키리그 승격은 그런 평가 속에서 이뤄졌다. 피츠버그는 심준석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계획이다. 일단은 자신이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게 하면서 최대한 편한 폼과 밸런스를 찾고, 그 다음 그 토대에 물을 뿌려주는 과정을 밟을 전망이다.
당장은 동기들이 부러울 수도 있고, 당장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외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3년 내 메이저리그 승격’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태평양을 건넌 심준석은 이미 각오가 되어 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3년 뒤, 그리고 그 뒤를 본 절차를 밟아 나간다는 일념이다. 이제 루키리그에서 실전에 돌입하며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는 심준석의 차분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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