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글로컬대학이 대학의 혁신 모델이 되기를 바라며

이희학 목원대학교 총장

'글로컬대학 30' 예비 지정 신청이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글로컬대학은 교육부에서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중 과감한 혁신전략을 내놓은 30곳을 지정해 1곳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대학 혁신의 선도 모델을 만들고 확산시켜 지역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예비 지정 신청에는 비수도권 대학 166개교 중 65.1%에 해당하는 108개교가 94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81개교가 단독으로 신청했고, 27개교는 공동신청을 통해 글로컬대학 지정에 도전장을 던졌다.

예비 지정 마감 이후 대도약(quantum leap)을 위해 대학들이 제시한 혁신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예고했던 것과 같이 예비지정 신청서(혁신기획서) 활용 동의서를 제출한 대학의 혁신계획을 교육부 누리집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대학 사회 전반의 혁신 분위기 조성뿐만 아니라 타 대학의 혁신적인 방안들을 각 대학이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좋은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10~15년은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많은 대학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대학이라면 이 말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학은 고등교육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한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두 손에 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글로컬대학이 과감한 대전환을 해야 하는 대학의 혁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로컬대학에서 강조하는 지역혁신을 위한 대학의 산학협력 허브 역할, 대학 거버넌스의 개방, 유연한 대학 운영과 학생의 다양한 교육 선택권 보장, 지역사회 기여도의 투명한 공개 등은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목원대학교도 지역의 전략산업 및 특화산업과 연계된 산학일체형 캠퍼스로 발전하기 위한 담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서 배재대학교와 함께 혁신을 위한 통합을 선택했다. 물론 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대학의 과감한 대전환을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목원대학교가 혁신기획서를 작성하면서 가장 경계를 했던 게 '제시할 혁신계획이 화려하지만, 목표가 불분명한 계획'이었다. 우리 대학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혁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계획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통합을 포함한 혁신의 방법이나 계획이 아무리 과감하고 독창적이어도 혁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대학의 미래와 역할이 불명확하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학 혁신의 모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의 산업·사회 연계 특화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글로컬대학이 대학의 혁신 모델이 되기 위해 대학은 어떻게 혁신을 할 것인가에 앞서 혁신을 통해 어떻게 지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먼저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