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위암 말기인데 얼굴 좋아보인다고, 관리 부족한 탓”(나쁜엄마)[EN:인터뷰①]

박수인 2023. 6.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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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라미란의 진영순은 어떻게 완성됐을까.

라미란은 6월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극본 배세영/연출 심나연)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와 함께 진영순을 연기하며 느낀 감정 등을 털어놨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

'나쁜엄마' 제작발표회 중 "매달려서라도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했던 라미란은 "다사다난하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인생을 사는 역할을 맡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쁜엄마'라고 해서 엄마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대기 같은 서사가 펼쳐지고 그 안에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있고 삶을 바라봐야 하는 시각의 이야기도 있다. 이런 작품을 또 언제 해보겠나.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면 엄마나 할머니 역을 하게 될텐데 주변 액세서리처럼 빠져있을 확률이 높다. 배우로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역할은 너무 매력있는 것 같다. 재밌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들어올 때 '감사합니다' 하면서 해야 한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꽂혔던 장면으로는 "회마다 있었던 것 같다. 엔딩신 경우에는 다음 회를 볼 수밖에 없게 낚시질을 잘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올드한 이야기인데 위트있고 캐릭터도 사랑스럽고 분배도 잘 돼있고 또 보고 싶을 것 같다. 쌍둥이들 말 한마디도 너무 재밌었다. 처음에는 강호 아이인줄 모르고 대본을 읽었다. 가면 갈수록 퍼즐이 맞춰질수록 소름이 돋는 거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데 재밌었다. 신파라고 할 수 있지만 클래식은 영원한 것이지 않나. 진부하게 안 만들면 된다. 다행히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시청률은 7, 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는 가겠지 예상했다. 어느 회차 넘어가고 나니까 10%가 넘더라. 좋았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더라. 오늘은 12%를 향해 가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극 중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연기를 해야했던 라미란은 "위암 말기 환자인데 너무 얼굴이 좋고 피부가 좋고 건강해보인다는 일련의 댓글들을 봤다. 찍으면서 걱정 안 했던 건 아니"라며 "관리 부족한 탓이다. 다들 입금이 되면 (살을) 쫙 빼는데 저는 잘 안 되더라. 지방 촬영이 많고 하다 보니까 다 같이 밥먹고 그랬다. 의지박약인 것 같다"고 말하며 민망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작가님께 '제발 혹시라도 (죽음으로) 가게 되면 곱게 보내달라고, 너무 아파서 괴로워하거나 하지 말고 곱게 보내달라고 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던 영순이 괴롭게 가는 걸 보고싶지 않았다. 사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고통스러워하면서 가는 건 제일 불쌍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인만큼 감정소모가 많은 캐릭터이기도. 라미란은 "아침 첫신부터 감정신들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항상 눈이 부어있었다. 첫신에 부으면 하루종일 가는 거다. 대본을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다 보니까 어떨 때는 부기가 빠져 있다가 어떨 때는 부어있고 그랬다. 참 신기한 게, 대본이 잘 쓰여있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감정이 저절로 생긴다. 그래서 편했던 것 같다. 심지어 눈물의 빈도를 많이 줄인 거다. 연속될 때도 있었고 너무 많았는데 시청자들이 보다가 지칠 것 같아서 많이 줄였다. 눈물이 나오는 걸 틀어막고 촬영할 때가 많았다. 대본의 흐름에 얹어 있다 보면 눈물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눈물을 조절하는 데 조금 더 힘을 썼던 것 같다"며 "감정이 오래 가는 편이 아니었고 컷하면 바로 빠져나왔다"고 덧붙였다.

각 명장면들의 비하인드도 밝혔다. 라미란은 강가에서 강호를 밀어내는 장면에서의 감정에 대해 "강호(이도현)가 물에 들어가 있어서 고생했다. 방송되고 나니까 엄마가 미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 그 전 상황도 안 좋은데 엄마가 급발진한다고. 영순의 마음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빨리 애를 혼자 살아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촬영할 때도 독하게 했다. 계속 (이도현을) 밀어넣었다. 휠체어 집어던지는 장면이 있다. 원래 제가 팔 힘이 없는데 확 집어던지더라. 엄마들 슈퍼파워가 나오는 것 같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강호에게 입양동의서를 받는 장면에 대해서는 "대본에 '과한 화장을 하고'라는 부분이 적혀 있었다. 강호가 창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혹시나 웃겨 보이거나 감정이 깨지면 어떡하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강호가 계속 울어서 몇 번 다시 촬영했다. 끝나고 눈물 조절 못한다고 놀렸는데 결국 저도 울었다"고 했다.

강호에게 아픈 엄마가 짐이 될까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신도 있었다. 라미란은 "잠깐이지만 주마등을 본 것 같다. 원래 그런 장면을 찍을 때는 와이어를 매달고 하는데 저는 안 매달고 상체 찍을 때는 몸을 굽혀서 체중을 싣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금방 조여오더라. 숙여서 조절을 하는데도 순식간에 피가 차오르는데 뭐가 막 지나가더라. 그때 강호가 문을 열고 매달린 상태에서 대사를 했다"며 "영순이 봐도 못난 선택이었다. 영순 나름의 정리라면 정리였을 것 같다. 짐이 된다고 생각했다니까"라고 덧붙였다.

영순에게 강호는 어떤 존재였을까. 라미란은 "유일한 혈육이고 가족이니까 행복하길 바라는 거다. 그렇게 살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키웠다. 원하는 바를 이뤘고 '너만 잘 살면돼'가 나의 행복이었다. 그러다 같이 넘어지면서 행복이 뭔지 알아갔던 것 같다. 영순이 가장 행복했을 때는 강호가 밥을 먹어줬을 때였고 영순이 무너졌을 때는 강호가 밥을 안 먹었을 때였다. 그때가 영순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각하는 신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배우 라미란에게 '나쁜엄마'가 남긴 의미로는 "10년에 하나씩은 오래 남을 작품들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 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찍는 동안도 행복했고 보면서도 행복하고 좋았다. 그게 최고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감사하다. 몇 개의 기둥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순에게는 돼지 엉덩이에 도장 찍듯 '참 잘했어요 참 잘 살았어요'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제공)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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