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클럽데이] 국내최대 등산 축제, 20대와 70대 함께 어울리다

신준범 2023. 6. 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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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열린 국내 최대 등산인 축제, 발왕산이 ‘들썩’거렸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른 등산대회. 결승점을 앞두고 팀원끼리 발을 묶고 들어오는 이벤트를 벌였다.

"오남매가 4년 만에 다시 찾은 클럽데이라 감개무량합니다. 막내 여동생이 1997년 암에 걸린 걸 계기로, 여동생 재활을 위해 오남매가 함께 등산을 한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블랙야크 클럽데이는 저희 남매들이 반드시 참석하는 연중행사예요. 등산인들이 이렇게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축제가 거의 없잖아요. 다 같이 산행도 하고, 남매간 우애도 다질 수 있어 좋습니다."

블랙야크의 친환경 심벌인 그린야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참가자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야크다.

블랙야크(회장 강태선)가 주최하는 '2023 BAC 클럽데이'가 4월 29일 강원도 평창군 모나파크 용평리조트에서 열렸다. 클럽데이는 아웃도어 커뮤니티 플랫폼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lackyak Alpine Club(이하 BAC)' 회원들을 위한 국내 최대의 아웃도어 축제다. 2019년 이후 코로나로 개최가 연기되었다가 4년 만에 열린 이번 클럽데이는 간간이 비바람이 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BAC 회원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벤트 상품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외국인 참가자들.

특히 서울에서 온 최창열(71)씨 팀은 오남매가 한 팀으로 'BAC 등산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최씨 남매는 홍일점인 막내 여동생의 암 극복을 위해 등산을 함께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25년간 매달 남매산행을 이어와 눈길을 끌었다. 오남매 중 막내인 최영옥씨는 "20여 년 전 함께 치료 받던 암환자들 중 상당수는 암이 재발해 돌아가신 분이 많다"며 "오빠들과 등산을 계속 한 덕분에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BAC 도전 프로그램이 꾸준히 등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며 "이런 행사를 만들어주는 블랙야크가 고맙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쓰레기 정화 산행에 대해 설명하는 클린하이커스 김강은 대표. 다양한 부스에서 장비와 활동을 홍보했다.

행사는 모나파크 용평리조트가 있는 발왕산 자락에서 열렸다. 눈이 없는 스키 슬로프는 드넓은 잔디밭으로 변했고, 여기서 일대 산자락을 걷는 등산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히말라야 트레킹 당첨자를 뽑는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

메인 이벤트인 등산대회는 5인 1팀 방식으로 50팀 250명이 참가해 발왕산 9km를 걷는 방식이었다. 5명 한 팀이 동시에 출발해 동시에 골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팀 합계 배낭 무게가 총 25kg이 되도록 했다. 오전 11시에 출발한 참가자들은 오후 2시부터 골인지점에 들어왔으며, 순위권에 든 팀에는 다양한 블랙야크 상품권이 지급되었다.

친환경 이벤트 부스의 선물 뽑기를 하고 있는 참가자.

용평 잔디밭에서 열린 등산 올림픽

오후에는 참가자들이 어우러져 즐기는 'BAC 올림픽'이 열렸다. 힐러닝은 가파른 오르막을 달리는 게임으로, 5명이 릴레이로 오르는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잔디밭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도 승부에 연연하기보다는 즐거운 분위기였다.

오후에 열린 BAC 올림픽의 한 종목인 줄다리기. 궂은 날씨에도 전국 각지에서 온 2,000여 명의 등산인들이 축제를 즐겼다.

참가자들의 열띤 함성이 울린 종목은 줄다리기였다. 20명씩 팀을 이뤄 팀들끼리 겨루는 방식으로, 성인이 된 후 처음 줄다리기를 한 이들은 줄다리기 과정에서 잔디밭에 쓰러지기도 했으나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발왕산 9km를 걷는 등산대회 참가자들. 5명이 한 팀을 이뤄 산행하는 코스였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참가자들은 밝은 미소로 산행했다.

이밖에도 남녀 팔씨름왕과 턱걸이왕을 뽑는 대회와 등산 상식을 묻는 OX퀴즈와 행사장의 곳곳을 돌며 인증사진을 찍어 BAC앱에 등록하는 인증이벤트가 열렸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다양한 행사가 열리며, 곳곳에서 함성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행 중 수거한 페트병을 넣으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 부스.

참가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린 또 다른 이벤트는 '히말라야 트레킹' 추첨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경비를 지원해 주는 이벤트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총 25명에게 혜택이 주어졌다.

클린하이커스 부스의 스태프가 친환경을 환기하는 안내판을 쓰고 있다.

이날 발왕산은 비바람이 치거나 햇살이 비치는 등 날씨가 변덕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백두대간 퍼포먼스가 열렸다.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종이를 들어 한반도와 백두대간 모양의 대형 모자이크를 만드는 행사로, 한반도의 평화와 완전한 백두대간의 종주를 기원했다.

오남매가 한 팀으로 참가한 최영옥씨 남매. 여동생 암 치료를 위해 20년이 넘게 오남매가 함께 산행하고 있다.

클럽데이에 참석한 강태선 회장은 "자연 속에서 지속 가능한 BAC만의 문화와 헤리티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이번 클럽데이를 준비했다"며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재개된 행사에 보내 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특히 트레킹 주인공으로 당첨되신 분들이 히말라야에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등산대회 골인 지점을 통과한 참가자들이 완주 후 기뻐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다양한 부스에서 등산 관련 장비와 서적 등 홍보의 장이 열렸다. 강원도 내 20명산 도전 인증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강원 20명산' 부스와 산행 중 먹을 수 있는 박카스 젤 부스, 블랙야크 트레킹화 홍보 부스, 실종아동 홍보텍 만들기 부스, 명산100 완주 출판 서적 저자 사인 부스, 제이크라 텐트 홍보 부스 등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추첨 당첨자들이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찐 등산가수 백장미·손빈아 열창

눈길을 끈 부스는 원로 산악인 최남준 선생과 친환경 활동을 하는 클린하이커스 부스였다. 최남준 선생은 1대간 9정맥 6기맥 162지맥 1만3,000여 km를 완주한 산악인으로 '준·희' 표지기를 매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이름에서 딴 '준'자와 작고한 아내의 이름 '희'자를 표지기에 새겨, 오지 산에 표지기를 달아 도움을 준다. 길 찾기 어려운 산에서 등대 같은 역할을 하여 유명해졌다. 그는 생전에 아내와 함께 올랐던 산을 홀로 다시 다니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1만3,000km를 완주했다. 최남준씨는 백두대간과 정맥을 완주한 산악인의 입장에서 오늘 행사에 대한 자신의 뜻을 밝혔다.

써모스 부스의 이벤트로 열린 못 박기 대회. 남성은 3번 만에 여성은 5번 만에 못을 박으면 상품을 준다.

"블랙야크에서 백두대간과 정맥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초보자들에게 우리 산줄기를 알리는 데 공헌했습니다. 산을 알고 등산인을 위하는 브랜드가 블랙야크밖에 없어 아쉬워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그동안 수익을 거둔 만큼 블랙야크처럼 등산 동호인들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실종 아동 홍보텍 만들기 부스의 스태프들.

클린하이커스 부스는 산에서 수거한 쓰레기로 만든 정크아트 작품을 전시해 등산인들의 친환경 의식을 환기하는 기회가 되었다. 김강은씨가 주도하는 클린하이커스는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등산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공로로 지난해 국제산악연맹이 수여하는 산악보호상 우수상을 받은바 있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YB(윤도현 밴드)의 공연. 가수 윤도현씨가 비바람이 치는 가운데 열창하고 있다.

클럽데이의 마지막은 흥겨운 콘서트였다. 100대 명산을 완등한 여자 트로트가수 백장미와 백두대간을 완주한 최초의 가수 손빈아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구성진 트로트를 열창해 등산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공연에 함께하며 즐거워하는 클럽데이 참가자들.

마지막 출연자는 블랙야크 친환경 캠페인 '그린야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YB(윤도현 밴드)였다. '그린야크' 일환으로 해양 환경보호단체 '성난고래클럽'과 함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도현은 무대에 올라 히트곡 '잊을께', '나는 나비', '담배가게 아가씨', '난 멋있어' 등을 열창하며 참가자들의 함성을 최고조로 이끌어냈다.

한편 BAC는 지난해 도전자 수가 30만 명을 넘긴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4월 40만 명을 돌파해 국내 최대의 등산 도전 프로그램 커뮤니티로 급성장했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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