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새콤한 초계국수, 고소한 콩국수…“두개 다 맛볼 순 없나요?”

황지원 2023. 6. 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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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43)초계국수 vs 콩국수
전남 담양 ‘죽순 초계국수’
18세기 책 ‘증보산림경제’에서 처음 소개
식초·겨자로 맛 내고 닭가슴살로 영양 챙겨
도톰한 면이 풍성함 더해 … 달걀도 ‘일품’
경기 파주 ‘장단콩 콩국수’
토질 덕 원물 품질 좋아…임금에 진상도
백태 곱게 갈아 착즙해 뽀얀국물 만들어
삶는 시간 잘 지켜야 특유의 개운함 선사

전남 담양 ‘죽순 초계국수’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에 면과 고명을 올린 후 깨를 솔솔 뿌리면 초계국수가 완성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어 속이 든든하다. 담양=현진 기자

초계국수는 차가운 닭 육수에 식초·겨자를 넣어 만든 초계탕에 국수를 만 음식이다. ‘초계’라는 이름은 식초를 뜻하는 초(醋)와 닭 계(鷄) 자가 합쳐져 생겨났다. 한의학에서는 ‘이한치열(以寒治熱)’이라고 더위는 차가운 것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봤다. 고기의 영양을 시원하게 섭취할 수 있는 초계국수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2012년 한국식생활문화학회에서 발표한 ‘초계탕의 시대적 변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초계탕은 1700년대 조리서인 ‘증보산림경제’에 처음 소개됐다. 이 책에서는 초계국수 조리법에 대해 ‘솥에 닭을 넣고 식초·간장·참기름을 부은 뒤 푹 고아 달걀을 풀어 먹는다’고 기록했다. 지금은 국물을 식힌 후 식초를 넣고 달걀은 풀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초계탕의 ‘계’ 자가 겨자를 뜻한다는 낭설이 퍼지기도 했는데 초계탕에 겨자가 쓰인 건 1990년대 들어서다. 초계탕은 ‘증보산림경제’뿐 아니라 조선왕조 궁중연회식 의궤에도 잔치 음식으로 여러번 소개됐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에는 국수거리가 있다. 과거 관방제림 근처엔 대나무로 만든 물건을 파는 죽물시장이 열렸다. 장이 서는 곳에 음식이 빠질 수 없는 법. 시장 상인과 손님을 위해 국수 노점이 여럿 생겼다. 시간이 흘러 죽물시장은 없어졌지만 국숫집은 여전히 남아 관광객을 맞는다. 현재 담양 국수거리에는 국수가게 15곳 정도가 영업한다. 영산강변을 따라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국수를 즐길 수 있다.

‘죽순닭국수’는 담양 국수거리에서 유일하게 초계국수를 파는 곳이다. 15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하다 5년 전 죽순닭국수를 차린 송호선 대표(46)는 “다른 가게에서 이미 하는 멸치국수만 내놓는 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아 닭국수를 팔게 됐다”고 밝혔다.

초계국수를 시키면 커다란 철제 대접에 국수와 국물이 가득 담겨 나온다. 국수 위에는 채를 썬 양배추와 무절임·닭가슴살이 소담히 올라가 있어 젓가락으로 무너뜨리기 아쉬울 정도다. 먼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어 본다. 닭뼈를 우려 만든 육수에 동치미·식초·겨자를 넣은 국물은 새콤하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맨 위에 올라간 도톰한 닭가슴살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민감한 사람에게 느껴질 수 있는 닭가슴살 비린 맛은 간장·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 특제 양념으로 잡았다.

이 집이 가진 비장의 무기는 국산 밀로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만든 면이다. 반죽에는 죽순가루를 넣는데, 송 대표는 담양 특산물을 국수에 활용하고 싶었다고 한다. 반죽은 미리 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면을 뽑는다. 약간 도톰한 면은 입 안 가득 풍성함을 더한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가는 면을 사용했지만 면이 두꺼워야 쉽게 퍼지지 않더라”며 중면을 사용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담양 국수거리에서는 국수 위에 반으로 자른 완숙란을 올리는 대신 삶은 달걀이 껍질째 나온다. 가게마다 조리법이 약간씩 다른데 죽순닭국수에서는 멸치국물에 간장·파·양파·무·통후추와 댓잎가루를 넣고 약한 불로 하루를 꼬박 삶는다. 야들야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담양=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삶은 달걀은 전남 담양 국수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국수가 나오기 전 허기를 달래기 좋다.

놓치면 아쉬운 초계국수 ‘먹팁’…젓가락 벌려 한입에 ‘앙’

맛있게 먹는 법=젓가락을 크게 벌려 면발·닭고기·양배추·무채를 한 젓가락에 집는다. 취향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국물에 추가하는 것도 좋다.

영양=닭고기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초계국수에 올라가는 닭가슴살은 다른 부위에 비해 단백질이 특히 많다.

=굵기는 가게마다 소면에서 중면까지 다양한데 죽순닭국수의 면발은 도톰한 것이 특징. 굵은 면은 가는 면에 비해 쉽게 퍼지지 않을뿐더러 포만감을 준다.

황지원 기자

경기 파주 ‘장단콩 콩국수’

노란 장단콩을 곱게 갈아 껍질을 걸러내면 뽀얀 콩국이 나온다. 특별한 고명이나 반찬이 없어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계속 입맛을 당긴다. 파주=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몸이 처지기 십상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과한 보양식을 챙겨 먹긴 부담스럽고 매일 똑같은 식단은 지겹다면 특별한 국수 한 그릇은 어떨까. 시원한 국물이 달아오른 체온을 식혀준다.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넣을 별미이자 영양식으로도 손색없는 초계국수와 콩국수를 소개한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 면 요리인 콩국수. 콩 제철은 가을이건만 왜 콩국수 제철은 여름일까? 콩을 곱게 갈아 국물을 내고 면을 말아 먹는 역사는 꽤 오래됐다. 조선시대말에 편찬된 조리서인 ‘시의전서’에 콩국수와 깻국수 조리법이 나온다. 예부터 콩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재배한 먹거리면서 영양소는 풍부했다. 그러면서 쇠고기·돼지고기에 비해 가격은 저렴했으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이 반길 만한 여름 보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콩은 단백질 함유량이 높다. 신진대사를 돕는 사포닌도 풍부하다. 여름철 땀을 흘리면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데 이때 기력을 보충하기에 탁월한 식재료다. 면은 입맛이 없을 때 후루룩 먹기 편한 음식이다.

예년보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온 올해는 5월 중순부터 ‘콩국수 개시’라고 적힌 깃발을 단 식당이 눈에 띈다.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기러 경기 파주로 향했다. 통일대교를 건너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자리한 통일촌은 장단콩 산지로 유명하다. ‘장단’은 장단면을 이르는 행정구역명으로, 이곳에서 난 콩을 장단콩이라고 부른다. 장단면은 토질이 마사토로 배수가 잘되고 연중 기온차가 커 콩농사에 유리하다. 고려시대부터 여기서 난 콩은 임금에게 진상했을 만큼 품질 좋기로 손꼽힌다.

통일촌에 있는 농산물직판장 식당은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계절메뉴로 콩국수를 내놓는다. 주재료인 콩은 백태다. 백태는 주로 메주를 쑤는 데 쓰여 흔히 메주콩 또는 노란콩이라 부른다. 백태를 곱게 갈아 착즙해 콩국을 만들면 색이 아주 뽀얗다. 껍질과 그 외 찌꺼기를 완전히 걸러내 국물이 맑다.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면 텁텁한 느낌은 전혀 없고 입 안이 개운하다.

조리사에게 콩국수맛의 비결을 물으니 “콩 삶는 시간”이라고 답한다. 콩은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나고 지나치게 오래 삶으면 메주향이 난다는 것. 삶는 시간을 잘 지켜야 콩국 특유의 깨끗하고 담백한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웬만한 식당에 가면 콩국수 고명으로 오이가 빠지지 않는데 여기에도 요리하는 사람의 지혜가 숨어 있다. 오이는 찬 성질을 지닌 채소로 더위를 식혀주고, 수분 함량이 높아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여기서 난제 하나. 콩국수 간은 무엇으로 할까? 소금파와 설탕파가 팽팽히 맞서는데 정답은 없고 취향대로 먹으면 된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68)과 식당 조리사들은 단연코 소금을 추천한다. 그래야 콩국의 고소함이 배가 되고 풍미가 좋아진단다. 면을 흩트린 후 천일염을 넣는다. 살짝 싱겁게 하는 것이 팁이다. 부족한 간은 열무김치를 듬뿍 올려 더한다. 국물이 자작해 시원한 열무김치는 콩국수와 찰떡궁합이다.

요즘 시중엔 개성 만점 콩국수가 많다. 검은콩으로 국물을 낸 서리태콩국수는 ‘스테디셀러’다. 검은색이 도드라지도록 껍질까지 통째로 갈아 국물이 걸쭉한 것이 특징이다. 밀가루 소면 대신 메밀면으로 만든 콩국수도 인기가 높다. 메밀면의 거친 식감을 부드러운 콩국이 감싸준다.

파주=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경기 파주 통일촌에선 장단콩으로 만든 장단콩 라테를 판다. 콩국수를 먹고 후식으로 잘 어울린다.

놓치면 아쉬운 콩국수 ‘먹팁’…볶은참깨 뿌리면 맛이 ‘솔솔’

맛있게 먹는 법=’시의전서’의 조리법에 따라 볶은 참깨를 고명으로 뿌린다. 씹는 맛이 좋아진다.

영양=면은 배가 금방 꺼진다고 하는데 콩국수는 예외다. 콩은 땅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할 만큼 단백질이 풍부해 포만감이 오래간다. 사포닌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이소플라본 함유량도 많다.

=담백한 콩국은 어떤 면과도 잘 어울리니 취향대로 고르자. 거친 메밀면과 쫄깃한 전분면은 식감이 재밌다. 매끈한 밀가루 소면은 목 넘김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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