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F-22 능가할 더 세고 빠른 전투기가 온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입력 2023. 6. 9. 06:09 수정 2023. 6. 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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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F-22의 뒤를 이을 6세대 전투기 개발을 본격화했다. 신형 스텔스 전투기와 방공체계 등을 앞세워 인도태평양 제공권 장악을 노리는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려는 의도다.

미 공군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인 ‘차세대 공중 지배(NGAD)’에 참여할 방위산업체 모집에 나섰다. 200~250대가 생산될 NGAD의 개발에는 2028년까지 160억 달러(약 21조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계약 체결을 목표로 NGAD 개발 계약에 필요한 기밀요청서를 관련 업계에 공개했다고 미 공군은 밝혔다. 대당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F-35에 몇 배에 달하는 수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 공군은 2030년부터 F-22를 대체할 예정이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인기 등 최신 기술 적용

NGAD에 대한 미 공군의 기대는 매우 크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성 장관은 “NGAD 플랫폼은 F-22보다 앞선 기술 도약을 상징하는 공중 지배 시스템의 핵심”이라며 “NGAD은 더 향상된 공격 능력과 치열한 작전 환경에서의 생존·지속·상호운용·적응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 공군보다 이를 더 잘 수행하는 곳은 없지만 지금 전진하지 않으면 우위를 잃게 될 것”이라며 스텔스 기술의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F-22는 2005년 처음 도입된 이후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공중전 능력으로 미국의 글로벌 제공권을 상징하는 존재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F-22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막대해 운용이 어려웠다. 

중국이 J-20과 J-35 스텔스 전투기와 첨단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초장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개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미국 공군에 맞설 능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중국을 압도할 6세대 전투기 확보가 시급하다. 

보잉이 구상하는 미국의 6세대 전투기 상상도. 보잉 제공
F-22가 중국 전투기보다 우수하지만, 중국과 인접한 곳에서 공중전에 벌어지면 미 공군은 수적 열세에 직면한다. 이같은 열세를 극복하려면 중국 전투기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우선 NGAD는 기존 전투기보다 더 먼 거리를 비행할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중국 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미군 전투기는 서태평양 기지 대신 미 본토와 가까운 곳에서 이륙해야 한다. 그만큼 비행거리가 길어질수밖에 없다.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나, 급유기는 스텔스 성능이 없어 적군에게 쉽게 포착된다. 가능한 많은 연료를 싣고 미 본토와 가까운 기지에서 이륙, 공중급유 없이 먼 거리를 날아갈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우수한 연비를 지닌 엔진과 대용량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F-22, F-35보다 우수한 무장탑재력을 갖춘 채 적 방공망 제압 등의 지상공격 임무를 수행할 무인기를 다수 동반하는 유·무인복합체계도 적용된다. 이는 조종사의 생존성과 전투능력을 높여준다.

초장거리 미사일과 레이저, 고성능 레이더, 조종사의 결정을 도울 인공지능(AI) 등을 장착할 예정이다. 이는 적기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교전하는 근접공중전을 벌일 필요성을 없앤다. 

NGAD는 F-22보다 강력한 센서·통신망을 갖추면서 F-35보다 더 민첩한 기동성을 함께 확보, 막강한 공중전 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 추세에 따라 전통적 개념의 전투기가 아닌 공중 모함처럼 움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NGAD가 개발되면 미 공군의 전력구조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미 공군은 현재 운용중인 7종의 전투기를 NGAD와 F-35, F-16, F-15EX로 통합하고 지상군 지원용으로 A-10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로 개편된다. 

스텔스 성능을 지닌 NGAD와 F-35가 중국 스텔스기와의 교전 등 위험성이 높은 임무를 맡는다면, F-15EX와 F-16은 강력한 무장탑재 능력을 토대로 지상공격이나 공중치안유지 등의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록히드마틴이 제안하는 미국의 6세대 전투기 컨셉. 록히드마틴 제공
◆과거 전투기 개발 교훈 반영 가능성

현재 NGAD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산업체는 F-22·F-35를 개발했던 록히드마틴, F-15EX 제작사인 보잉, B-21 스텔스 폭격기를 만든 노스롭 그루먼이다. 

보잉은 미군에 스텔스기를 납품한 경험이 없고, 노스롭 그루먼은 B-21 생산에 주력하는 점을 감안하면 록히드마틴이 NGAD를 주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NGAD 탑재 엔진 제작에는 프랫 앤 휘트니와 제너럴일렉트릭(GE)이 거론된다. 미국의 핵심 항공우주·방위산업체들이 모두 포함되는 셈이다.

지난 2020년에 최소 1대 이상의 시제기가 시험비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군의 강력한 기밀보호정책으로 인해 세부 사항이 공개된 적은 없다.

미 공군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이 격납고에 주기되어 있다. 미 공군 제공
일각에선 미 공군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에 쓰인 기술이나 개념 중 일부가 NGAD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이 ‘최초의 6세대 군용기’라 부르는 B-21은 F-22, F-35, B-2보다 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확보,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를 회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35에 장착된 정보융합 능력과 데이터링크 등도 더욱 발전된 형태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B-21에 쓰인 신개념과 기술을 NGAD에 적용하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수직꼬리날개가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상상도나 컨셉에선 수직꼬리날개가 없는 버전도 등장하고 있다.

한편 미 공군은 과거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들을 추진하며 발생했던 문제점을 NGAD에서 반복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비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비용 증가는 연구개발,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소다. 개발비가 늘어나면 비용 부담도 증가해 예산 배정에 대한 압박이 증대된다. 이는 개발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위험을 높인다.

생산 및 유지비가 폭증하면 NGAD 도입 규모와 운용기간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이는 대당 단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지상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이 F-22를 조기에 퇴역시키는 것도 F-22 한 대에 들어가는 비용이 1억916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NGAD에 사용될 신기술의 지식재산권 문제는 미국 정부가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F-35 개발 당시보다 미 정부가 NGAD에 더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특정 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지식재산권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와 업체간 분쟁의 소지를 줄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군은 NGAD에 개방형 시스템을 갖춘 모듈식 설계를 적용, 신기술과 장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급업체를 끌어들이거나 군 당국 차원에서 성능개량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 개발과정에서 쓰였던 기술은 실전배치 단계에서 한 단계 뒤떨어진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추가적인 성능개량을 조기에 실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비용은 그만큼 늘어난다.

따라서 단기간 내 개발을 진행하면서 개방형 시스템을 활용,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적용을 유연하게 진행하는 기조를 추구할 전망이다. 이는 운영유지비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현재 NGAD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업체들이 어떤 형상을 제시할 것인지, 미 공군의 선택을 받을 설계안은 무엇인지 등은 아직 추측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어떤 설계가 채택되더라도 30여년 전에 등장했던 F-22처럼 기존 항공작전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6세대 전투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유럽과 중국, 러시아가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앞선 기술과 경험을 갖춘 미국의 행보는 2030년대 이후 공중전 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NGAD의 진전에 세계 항공우주산업계와 군 당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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