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퍼스트’ 무함마드 실용 외교에… 애간장 타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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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전통적 우호·대립 구도에 요란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중동 지역의 광폭 행보에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내 정세 안정을 꾀하며 '앙숙'이란과 다시 손을 맞잡고,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자국 중심주의 실용 외교를 펼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가 그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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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재로 이란과 관계 복원되자
경계심 커진 美, 중동 협력 강조
추가 감산 발표에도 반응 안 보여
美와 훈풍 분위기 돌자 러도 구애
푸틴, 유가 조절·경제 협력 논의
이란은 11일 중남미 3개국 순방
美 보란 듯 대미 공동전선 예고
2박3일 일정으로 사우디를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서 “미국은 이 지역(중동)에 있고, 우리는 여러분과 협력 관계를 맺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GCC는 더욱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핵심 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해상에서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불안정한 행동을 하는 이란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전날에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1시간40분 동안 만나 사우디의 수단 내전 중재 노력에 사의를 표한 뒤 주요 현안들을 놓고 “허심탄회하고 솔직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문제도 언급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미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매체 알아라비야는 지난 4일 사우디의 추가 감산 발표에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양국은 반목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우디에 최소 150대의 737 맥스 여객기를 더 팔려는 보잉의 계약 성사 노력, 중국 견제 등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전날인 5일 그는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6일에는 리야드에서 이란 대사관 재개관 행사가 열렸다. 이란이 사우디·UAE 및 기타 6개국과 해군 연합을 구성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모두 미국이 껄끄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가 미국 너머를 바라보는 광범위한 외교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를 ‘사우디 퍼스트’ 접근법이라고 칭했다.
러시아도 사우디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하고 국제 유가 조절,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 확대, 투자·운송·에너지 부문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을 논의했다고 크레믈궁이 7일 밝혔다. 미·사우디 간 훈풍 조짐에 질세라 원유 공급 문제를 고리로 밀착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으로 한숨을 돌린 이란도 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오는 11일부터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를 순방한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7일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의 좌파 정권과 ‘항미 전선’ 강화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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