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됐다던 벌, 꿀은 3배나 늘어…‘집단폐사 미스터리’ 진실은

남종영 2023. 6.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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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특별기획] 꿀벌 실종사건의 진실 ①
① 꿀벌은 사라졌나, 그대로인가
② 아인슈타인의 거짓말? 꿀벌에 대한 오해들
③ 기후변화가 만든 허약한 꿀벌들
이른바 ‘군집붕괴현상’(CCD)이라고 불리는 꿀벌의 실종 사건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6년 미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유럽연합에서도 보고됐는데, 한국에서도 이 때문에 꿀벌의 집단 폐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에서 꿀벌이 편대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DPA/연합뉴스

지난해부터 한국에 상륙한 ‘꿀벌 집단실종 사건’이 화제입니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해 아직 수수께끼인 이 사건을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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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기준으로 협회 소속 농가 8천곳을 조사했는데, 60.9%에 이르는 벌통에서 폐사가 있었습니다. 보통 벌통 한 통에 꿀벌이 1만5000마리에서 2만마리 정도가 월동합니다. 그 정도면 많이 죽은 것으로 봐야죠.”

6일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이 전화 너머로 말했습니다. 벌통 중 3분의 2가 못 쓰게 된 것이니, 정말 큰 사태가 아닐 수 없죠. ‘수백억 마리 꿀벌이 사라졌다’는 등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통계도 대개 한국양봉협회의 추정에 따른 것입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실종 사태를 보는 데 온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농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5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꿀벌의 생태와 양봉 산업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일종의 ‘교양 강좌’를 연 건데, 저도 꿀벌에 대해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농촌진흥청은 올해 아까시(아카시아) 꿀 생산현황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꿀벌 개체수 3.3배 늘었다는 정부

아까시나무는 5월에 꽃이 핍니다. 꿀벌은 아까시나무에서 꽃꿀을 채집하여 벌통에 쌓아두고, 인간은 그것을 슬며시 가져옵니다.(에잇! 월급도 안 주고!) 아까시 꿀은 국내 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양봉 농가와 양봉 산업의 핵심이죠.

이날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이 말했습니다.

“5월3일에 남부지방부터 조사했는데, 한번 채밀할 때 평균 아까시 꿀 생산량은 벌통당 8.3㎏입니다. 평균 3~4회 채밀하는 점을 고려하면, 평년치 생산량을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꿀벌 개체 수도 3.3배 증가했습니다.”

한국양봉협회와 사뭇 다른 결과였습니다. 한쪽에서는 꿀벌의 3분의 2가 사라졌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꿀벌) 근무 중 이상 무!”라고 하니까요.

열흘이 흐른 지난 7일, 생산량 조사가 끝났을 듯해 한상미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올해 아까시 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는 적긴 한데, 평년치 정도는 될 거 같아요. 지난해에는 워낙 생산량이 좋았거든요. 다음주 중에 종합 분석 결과를 발표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평년이란 2017년을 뜻해요. 그때 아까시 꿀은 벌통당 17.7㎏이 나왔어요. 벌꿀의 생산량은 워낙 들쭉날쭉하여서 평균을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픽_나성숙 영상소셜팀

매년 생산량을 볼까요? 2017년 17.7㎏이었다가 2018년에는 4.3㎏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다시 2019년 43.8kg까지 치솟았다가 2020년에는 9㎏, 2021년에는 11.5㎏, 2022년에는 32.1㎏… 그래프를 그려보면, 평균 내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 뒤틀려 엎어진 ‘3자 그래프’가 나옵니다.

‘벌잘알못’(벌 잘 알지 못하는 기자)인 제가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벌꿀 생산량은 왜 이렇게 들쭉날쭉한 거죠?”

“꽃이 피는 게 일주일에서 보름이에요. 그런데, 그 짧은 기간에 비가 와 버리면, 꿀벌은 밖에 나가 꿀을 따올 수 없지 않겠어요? 바람이 세도 마찬가지고요. 꿀 따러 나갔다 못 돌아오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비가 오면 곤충은 못 날지!

그 며칠의 날씨에 따라 아까시 꿀은 한해 생산량에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꿀벌이 가축이라고요??

그래도 한국양봉협회와 정부의 분석 사이에는 간극이 너무 커 보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해답의 열쇠는 조사 방법에 있었습니다. ‘꿀벌의 개체 수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벌꿀 생산량을 산정하는 기준’ 등 합의된 조사 방법론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우선 양봉협회를 볼까요? 농가 8천곳에 물어 집계한 것이라서,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정밀한 조사로 보긴 어려웠죠. 언론에서 억대의 개체 수를 인용하며 ‘꿀벌이 사라졌다’고 연일 보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사 대상 농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요.

윤화현 양봉협회장은 “벌통 하나에 꿀벌이 10~20% 남더라도 봉군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벌통 전체가 죽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꿀벌들이 겨울이 지나면 줄어드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꿀벌들은 겨울이 되면 긴 휴지기에 들어섭니다. 벌통에 들어앉아 추운 겨울을 버티지요. 봄이 되어 벌통을 열어보면, 개체 수가 줄어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반면, 정부 조사 방식은 매년 동일권역의 농가 38곳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조사 대상이 매년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추적조사 방식을 하는 이유는 날씨나 기술 등 변수에 따라 너무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 조사는 ‘(꿀벌이) 죽은 벌통’이 아닌 ‘(꿀벌이 살아남아) 생산 가능한 벌통’에서 벌꿀 생산량을 낸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과장은 “겨울에는 산란을 안 하니까, 월동이 끝나면 꿀벌은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또한, 농가에서 벌통을 합하기도 하니 그런 수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농가에서는 벌통의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면 벌통을 합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벌통을 들여와 새로운 봉군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달 16일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세계 벌의 날’(5월20일)을 앞두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 녹지공간에 꿀벌에 치명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여러분! 잊어선 안 될 사실이 있습니다. 꿀벌이 ‘가축’이라는 사실을요. 인간의 통제 속에 있다는 거죠. 물론, 자연 생태계 내에 깊숙이 들어가 다른 동식물과 상호 작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가축과 좀 다르긴 하지만요.

“꿀벌이 올해 100이 죽고, 또 50이 죽고, 결국에 0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꿀벌이 얼마 뒤 다 없어져 버릴 거라고 우려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양봉 농가들도 꿀벌 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벌통이 줄면 다시 육성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한상미 과장은 꿀벌이 인간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국내에서 처음 꿀벌 실종 사건이 이슈가 됐던 지난해의 아까시 꿀 생산량은 의외로 최근 6년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과거에도 꿀벌의 집단 감소는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게 그의 견해입니다. 단지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는 거죠.

그해 개화기 기상 상황과 날씨의 진폭, ‘꿀벌응애’ 등 기생충과 바이러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후변화는 물론 농가별 양봉기술의 차이와 사양꿀벌(설탕을 먹여 키운 꿀벌) 도입 등 사육 방식 등도 꿀벌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알려진 ‘군집붕괴현상’(CCD)은 별도로 분리해서 보는 게 좋습니다. 3회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꿀벌 멸종은 인간 멸종?

우리는 왜 꿀벌의 실종에 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양봉 농가의 생계 등 경제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모두 우려하는 이유는 꿀벌이 우리의 식량과 식물을 유지하게 해주는 ‘꽃가루 매개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꿀벌은 꽃으로 날아가 꿀을 따면서 부지불식간에 꽃가루를 옮김으로써 식물을 열매 맺게 하고 더 퍼지게 합니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잘못 알려진) 말이 있기도 하죠.

그런데, 꿀벌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섣부른 대안이 오히려 자연 생태계에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외국 논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꿀벌만이 유일한 꽃가루 매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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