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없어 운영난” 전국 어린이집 5곳 중 1곳 폐업 [심층기획-출산 장려 팔걷은 기업·지자체]

김동욱 입력 2023. 6.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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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이 올해 초 문을 닫는 바람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워킹맘 김모(35)씨는 8일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20년 이상 자리한 어린이집이 원생 부족으로 문을 닫아 아침마다 차로 20∼30분 떨어진 곳까지 데려가느라 너무 힘들다"며 "친구도 아이를 새로 보낼 만한 어린이집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주시의 경우 아파트 어린이집은 같은 기간 20곳 넘게 문을 닫아 93개소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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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248개 사라져 9만개 남아
영아 대상 가정어린이집은 35% ↓
부모들 “차로 30분 걸려 등원시켜”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이 올해 초 문을 닫는 바람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워킹맘 김모(35)씨는 8일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20년 이상 자리한 어린이집이 원생 부족으로 문을 닫아 아침마다 차로 20∼30분 떨어진 곳까지 데려가느라 너무 힘들다”며 “친구도 아이를 새로 보낼 만한 어린이집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저출생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의 어린이집이 원생을 모집하지 못해 문을 닫고 있다. 특히 만 2세 이하 영아가 다니는 가정어린이집은 최근 5년 새 3곳 중 1곳가량이 운영난으로 줄줄이 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8일 전북도 관내 어린이집은 2018년 1397곳에서 올해 4월 말 현재 964곳으로 5년 새 433곳(31.0%)이 감소했다. 이 지역 어린이집은 2019년 1288곳, 2020년 1195곳, 2021년 1115곳, 지난해 1024곳 등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00곳 이하로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주시의 경우 아파트 어린이집은 같은 기간 20곳 넘게 문을 닫아 93개소로 줄었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중에는 원아가 1명도 없으나, 마지못해 빈 시설만 운영 중인 곳도 있다. 또 같은 지역이더라도 국공립과 사설, 구도심과 신도시 간 원생 수급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어린이집은 2018년 6008곳이던 것이 해마다 400∼500곳씩 폐업해 지난해 말에는 4712곳으로 줄었다. 4년 새 1296곳(21.6%)이 사라진 것이다. 대구시가 올해 초 집계한 민간 어린이집은 407개소, 가정어린이집은 316개소로 10년 전과 비교해 각각 43.6%(315개소), 50.8%(327개소) 감소했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어린이집 수는 9만923개로 2018년 9만9171개보다 8248개(21.1%) 감소했다. 어린이집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아파트단지에 설치하는 가정어린이집은 이 기간 1만8651개에서 1만2109개로 35.1%(6542개)나 급감했다.

어린이집 폐원은 저출산 분위기가 지속하면서 원아 모집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남통계청에 따르면 전북지역 출생아는 2017년에만 해도 1만1348명이었으나 해마다 줄어 지난해는 7026명에 그쳤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가정어린이집 등 사립기관의 경영난에 따른 피해는 부모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대구에 사는 이모(29·여)씨는 “아이를 집 가까이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는데 최근 폐원하는 바람에 난감하다”며 “출산율을 높이려면 이런 보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대구=김동욱·김덕용 기자,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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