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후유증 겪는 중국 경제 [글로벌 현장]

2023. 6.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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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비율 최고치에 청년 실업률도 치솟아…설상가상으로 내수 경제도 침체
[글로벌 현장]

서울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방 정부의 ‘숨겨진 채무’가 반영되는 기업 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뛰었다.

중국 국가금융발전연구소(NIFD)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분기 말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81.8%로 집계됐다. 이전 고점인 작년 말의 273.1%에서 8.7%포인트 급등했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초기인 2020년 9월 말 271.1%로 올라갔다가 2021년 말 262.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5분기 연속 뛰었다.

특히 지난 1분기 부채 비율 상승 폭 8.7%포인트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분기의 14.3%포인트 이후 최대다. 지난 4개 분기 평균인 2.6%포인트의 세 배가 넘는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경기 회복을 기대한 대출과 채권 발행 등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런 부채 증가는 향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3대 경제 주체 부채 비율 ‘최고’ 


정부(51.5%), 가계(63.3%), 기업(167.0%) 등 3대 경제 주체의 부채 비율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기업 부채 비율은 1~3월 6.1%포인트 뛰었다.

중국의 기업 부문 부채 비율은 이른바 ‘숨겨진 채무’ 때문에 다른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1년 기준 각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미국 81%, 한국 113%, 일본 118% 등이다. 중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1인당 GDP가 비슷한 멕시코(24%), 튀르키예(74%), 말레이시아(77%) 등에 비해선 두 배 이상이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중앙 정부가 21.4%, 지방 정부가 30.1% 등으로 양호한 편이다. 미국(115%), 일본(221%), 한국(45%), 멕시코(40%), 튀르키예(37%), 말레이시아(63%) 등과 비교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지방 정부의 토지 등 자산을 담보로 재원을 조달해 인프라 투자 사업을 벌이는 중국 특유의 사업체인 ‘지방 정부 융자기구(LGFV)’의 채무가 지방 정부의 채무로 잡히지 않는다는 부분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FV의 채무가 기업 채무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 부채 비율이 낮고 기업 부채 비율이 높게 나온다는 의미다.

LGFV의 부채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중국 신용 평가사인 청신국제는 LGFV의 2021년 말 기준 전체 부채를 52조~58조 위안(약 9600조~1경700조원)으로 추정했다. 중국 2022년 GDP 121조 위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여기에 ‘제로 코로나’ 철폐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중국의 4월 주요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예상을 밑돌았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4%로 집계됐다. 이전 최고 기록인 작년 7월의 19.9%를 넘어섰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돈 것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7월 초 졸업하고 8월 말 새 학년을 시작한다. 청년 실업률은 7월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1월 17.3%를 나타낸 뒤 2월 18.1%, 3월 19.6% 등으로 상승했다. 최근 추세를 보면 7월까지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도시 실업률은 5.2%로 3월(5.3%)보다 내려갔다. 전체 실업률은 내려갔는데 청년 실업률이 올라간 것은 기업들이 신입 사원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채용에 신중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의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는 역대 최대인 1158만 명에 달한다. 작년보다 7% 정도 많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에 따르면 대졸 청년의 실제 실업률은 전체 청년 실업률의 1.4배 수준이다.

중국 중앙·지방 정부는 공무원과 공공 기관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청년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공공 부문 증원에는 한계가 있고 민간 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과 ‘공동 부유’로 대표되는 국내 리스크도 중국 민간 기업들이 고용을 마음껏 늘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1위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작년 한 해 동안 1만9000여 명을 감원했다.

 

약발 떨어지는 리오프닝


중국은 작년 12월 제로 코로나 방역을 철폐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1분기에는 4.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식당·여행 등 서비스업 경기는 살아났지만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고가 소비재 시장은 여전히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4월 소매 판매에서도 이런 불균형적 회복이 드러난다. 4월 소매 판매액은 3조4910억 위안(약 669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4%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인 20.1%를 밑돌았다. 작년 4월 상하이·지린성 등 주요 경제권 봉쇄로 소매 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 11.1%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4월에는 더 큰 폭의 소비 증가가 기대됐었다. 소매 가운데 식당 소비는 43.8% 급증했지만 상품 소비는 15.9% 증가에 그쳤다.

4월 소매 판매를 지난 3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7.8% 감소했다. 품목별로 휴대전화(-20.2%), 가전제품(-15.8%), 자동차(-15.1%) 등의 판매가 3월보다 크게 줄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배제에 대응해 내수 소비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3년여를 끌어 온 제로 코로나 여파에 내수 경기는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가계는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리는 상황이다.

월간 GDP 격인 4월 산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집계됐다. 3월의 3.9%보다는 호전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10.9%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이 지표 역시 작년 4월 마이너스 2.9%까지 떨어진 바 있다.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고정 자산 투자 증가율(1~4월 누적·전년 동기 대비)도 4.7%로 예상치(5.5%)를 밑돌았다. 이 지표는 1~2월의 5.5%에서 1~3월 5.1%로 내려갔고 이번에 또 떨어졌다. 올 초 리오프닝 기대에 투자를 늘렸던 기업들이 다시 ‘신중 모드’로 돌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신규 대출도 3월 2조7265억 위안에서 4월 6839억 위안으로 급감했다.

한편 중국 지도부의 외자 유치 시도에도 올해 중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도 줄어들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1~4월 대중 FDI는 735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다. 1~2월 누적 FDI는 39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었다는 점에서 3월과 4월 FDI가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상무부는 1~3월 데이터는 내놓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2022년 FDI는 18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늘었었다.

중국은 3년 ‘제로 코로나’의 여파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국가 재정 적자가 누적돼 외국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 격화, 국가 안보를 내건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 강화 등으로 대중국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위안화 환율도 5개월 만에 달러당 7위안 위로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 위안화 표시 자산의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의 중국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 공안 당국이 주중 외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는 것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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