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시청 가야 하는데"…최루탄에 쓰러진 영원한 청춘[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내일 시청(6.10 대회)에 가야 하는데…"
1987년 6월 9일. 최루탄 연기가 가득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 20세 청년이 뒷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정신을 잃기 전 이같이 읊조렸다.
쓰러진 청년의 이름은 이한열. 이한열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 조작 규탄 및 민주 헌법쟁취 국민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전경이 쏜 최루탄에 뒷머리를 맞고 후유증을 앓다 요절했다.
1966년 8월 29일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 남정리에서 태어난 이한열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광주광역시에서 보냈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한열은 부모님의 당부에 따라 집에 가만히 있었다. 이한열은 대학생이 되고서야 5.18 민주화 운동 진상을 알게 돼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198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한열은 중앙동아리 '만화사랑'을 만들어 민주화 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운동권 학생들과 진짜 만화가 좋아서 들어온 학생들 간의 가교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6월 9일 사고 당일. 6·10 대회 출정을 위한 범연세인 총궐기 대회'에서 시위대의 일원으로 참여한 이한열은 그날 오후 4시 40분쯤최루탄을 공격적으로 쏴대는 전투경찰들을 피해 교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날아오르는 최루탄을 피해 피신하다 결국 그는 수평으로 직사된 최루탄에 후두부를 피격당하고 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또다시 대학생이 정부의 폭력 진압으로 희생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제5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가중된 것이다.
정부는 앞서 6.10 집회를 막기 위해 원천 봉쇄에 나섰다. 선언문 발표가 예정된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수일 전부터 봉쇄했으며, 당일 차량 경적 시위에 동참할 것을 우려해 '경적을 울리는 모든 차량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아넣겠다'고 뉴스를 통해 으름장까지 놨다.
정부는 서울 시내버스와 택시의 경적을 아예 제거했으며 수도권 전철은 시내 구간을 무정차 통과를 지시했다. 학교 단축 수업, 회사 조기 퇴근 등 수많은 조처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치 때문에 도리어 많은 사람이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조기 퇴근한 직장인 입장에서 지하철 무정차로 집은 못 가고, 서머타임으로 인해 날은 밝으니 오히려 자연스레 시위대에 합세할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오히려 시위를 막는 전경들에게 '경찰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이면 이거 달아야 한다' 며 가슴에 장미꽃을 달아주는 모습까지 보이며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갔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는 끝내 민주화의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하고 사망한다. 뇌 손상이 심해 회복하지 못했고, 신체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져 합병증세인 폐렴이 생겼다.
이한열 열사는 25일간 버티다 1987년 7월 5일 오전 2시 5분에 2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어 1987년 7월 9일 그의 장례식은 '민주 국민장'(民主國民葬)이라는 이름으로 장례식이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연세대학교 본관 → 신촌 로터리 → 서울시청 앞 → 경복궁 광화문 앞 → 광주 5·18 묘역 순으로 이동하면서 진행됐다.
당시 추모 인파는 서울 100만 명, 광주 50만 명 등 전국적으로 총 160만 명으로 집계됐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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