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에게 정의감 휘둘렀다면 이젠 스스로에게 ‘빅 퀘스천’ 던질 때 [Weekend Book]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 6. 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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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 톺아보기
송지현 번역가가 소개하는 정의감 중독 사회
잘잘못 따져야 정의롭다 착각
연예인 뉴스에도 악플 쏟아내
어쩌면 이미 정의에 중독된것
풀리지 않은 일상 분노 하나둘 쌓여
타인 공격하는 무익한 정의감 변질
무심코 휘두른 정의의 칼날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올지도
무익한 정의감에서 이제 해방되길
정의감 중독 사회/안도 순스케/ 또다른우주
'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정의감 중독 사회』는 정의감이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의 문제를 분노 조절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문제가 정의감 중독으로 비화하는 메커니즘, 정의감 중독의 다섯 가지 유형과 현명한 대응법까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담았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동안 마스크를 깜박하고 외출하는 바람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 조마조마함은 오로지 미지의 바이러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온 것이었을까?

혹시 마스크를 하지 않은 모습을 누군가 지적할까봐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 SNS에 사소한 일상을 올렸다가 괜히 비난을 받을 것 같아 지운 적이 있지는 않는가? 반대로 인터넷 뉴스에 실린 연예인들의 '옳지 못한' 행태에 분노를 느끼고 댓글을 써 본 적은 없는가? 타인의 사소한 '잘못'에 자꾸 욱하는 당신, 혹은 자신의 작은 '실수'를 누가 지적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당신, 어쩌면 정의에 중독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정의는 타인을 공격하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었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 앞에서는 어떤 반론도 맥을 추지 못한다. 각종 SNS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악플 사건을 들여다보면 공격하는 이들은 언제나 정론과 정의를 내세운다. 공격 당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 그들의 정의감을 보면 진짜 정의는 과연 무엇인지 회의감마저 든다.

분노 조절 전문가인 저자 안도 순스케는 이러한 과도한 정의감의 뿌리에 풀지 못한 분노가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잘잘못을 판단하는 개념인 '핵심 믿음'을 획득한다. '편식하면 안 된다'처럼 사소한 것부터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나 '노력하면 보상 받는다'처럼 추상적인 관념까지 모두 핵심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핵심 믿음이 침범 받을 때 자연스럽게 정의감이 발생한다.

문제는 내면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여 있을 때이다. 사실은 다른 일 때문에 생긴 분노를 마음에 지니고 있다가 자신의 핵심 믿음에 어긋나는 상대를 만나게 되면 정의라는 대의명분 아래 발산하는 것이다.

사회가 불안정해질수록, 즉 마음속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일 일이 많을수록 분노에 기반한 무익한 정의감이 터져 나올 기회가 많아진다. 무심코 휘두른 정의감에 상처를 입을 사람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그런 무익한 정의감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의감이 나와 상대를 모두 상처 입히는 무익한 정의감일까? 이 책에서는 '빅 퀘스천'이라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정의감을 느꼈다면 그 정의감이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 다른 사람에게 건전한가'를 따져보자. '빅 퀘스천'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모두 내려놓아야 할 무익한 정의감이다.

또한 이 책은 정의감 중독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있다. 자신의 정의감 중독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있다면 중독에서 벗어나기 더 쉬울 것이다. 고독한 유형, 질투 유형, 독선가 유형, 집단 심리 유형, 열등감 유형, 이 다섯 가지 유형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는가? 어쩌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타인의 행위를 지적하며 정의감을 휘두르는 쾌감에 젖은 것이 '만성 정의 중독'이라면 누가 자기 행동을 지적할까봐 제 목소리 내는 것도 주저하게 된 것은 '급성 정의 중독'이다. 모두 정의감의 바르지 못한 모습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정의감을 직시하고 무익한 정의감에서 해방되는 법을 배운다면 일그러진 정의감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송지현 번역가·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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