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피부 살펴드려야겠어요" 노인 파고드는'옴 진드기' [Weekend 헬스]

강규민 입력 2023. 6. 9. 04: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0~70년대 유행 피부 기생충 감염질환
80대이상·여성 위주로 재확산 움직임
접촉 통해 감염…밤이면 가려움증 악화
붉은 발진·결절·수포 등이 대표적 증상
피부과학회 옴퇴치 국민건강사업 추진
208개 요양병원에 피부과 전문의 배정
김유찬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21회 피부건강의 날' 캠페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옴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매년 4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옴 진드기에 의해 발병하는 옴은 1960~1970년대 크게 유행했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한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 노령화 및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집단 요양시설의 장기간 거주로 옴이 집단 감염발생이 증가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옴 발생이 증가하는 요인에는 노인요양시설의 증가, 옴에 대한 교육과 인식 부족, 청결한 환경에서의 옴이나 잠행 옴 등으로 인한 진단의 어려움 등이 있다.

이에 대한피부과학회는 8일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을 주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제21회 피부건강의 날' 캠페인을 진행했다.

■옴 질환이란 무엇인가

옴은 전염성 피부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이 특징인 피부 기생충 감염질환이다. 주로 옴 진드기에 감염된 사람과 피부 접촉을 통해 감염되며 옷이나 침구류 등을 통해 전염될 수도 있다. 요양시설 등 집단 생활 시설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사실상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옴은 감염된 사람이 무증상 잠복기 동안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요양원 등 장기요양시설에서 옴이 의심되는 경우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간호사, 간병인 등의 의료인력이 옴의 추가 감염을 줄이기 위해 옴 증상에 대해 숙지하고 옴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헌 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옴은 전염성 피부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기생충 감염질환"이라며 "주로 옴 진드기에 감염된 사람과 피부를 통해 감염되며 이외에도 옷이나 침구류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옴 환자가 4만명 이상이다"라며 "요양병원 같은 곳에서 집단 발생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인데 환자들은 각종 약물의 사용으로 피부의 감각이 저하돼있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가려운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밤에 심해지는 전신 가려움증

옴에 감염되면 심한 전신 가려움증이 발생하며, 특히 밤에 심해진다. 주로 손가락 사이, 손목, 겨드랑이, 가슴, 허리, 엉덩이, 성기 등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한다. 가려운 부위에 붉은 발진이나 수포 등이 생길 수 있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은 치료가 어렵고 전염력이 높은 딱지옴도 생길 수 있다. 옴이 의심되는 경우 피부를 긁어서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확진된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방법은 옴 치료제를 목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도포하며 8~14시간 후 씻어 낸다. 한 집안에 발생하면 가족들은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손가락 사이 등 피부 접합 부위에 심한 가려움증이나 붉은 발진, 결절, 수포 등이 발생하면 즉시 피부과를 찾아가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옴 치료는 연고제 도포를 통해 완치 가능하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에 대해 숙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령별 옴 환자 수는 감소세였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기준 80세 이상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고령층 환자의 발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서울, 부산 등에서 발생률이 높았으며 요양기관별로는 의원급에서 발생하는 환자가 전체 환자 중 약 80%를 차지하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인구가 많이 밀집된 지역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 방역관리 단계 완화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옴 환자와 주변인(가족, 간병인, 의료인 등)에게 전파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요양병원의 옴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요양병원 110개에서 5년 내 옴 발생 보고 비율이 높고 80세 이상, 여성 환자들이 주로 옴에 감염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옴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양원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는 "옴의 비특이적 특성 때문에 오진이나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점을 보완하기 위래 옴퇴치 국민건강사업 그룹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중심으로 옴퇴치 진행

대한피부과학회는 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옴퇴치 테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질병관리청, 국내 제약사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질병 예방을 위한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사전 신청한 전국 14개 지역 20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전담 피부과 전문의를 지정해 직접 방문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사업으로는 온라인 교육 및 진료상담, 정보 및 교육 플랫폼 구축, 학술 연구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방문 진료 시스템 및 피부과의사회의 협력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이다.

김유찬 대한피부과학회장(아주대병원 피부과)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일이 국가적 차원에서 중대한 일이 됐다"며 "학회가 요양 병원을 중심으로 피부과 전문의가 관리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 평가하며 옴의 선제적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