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장관들 만난 블링컨 “美는 중동에 계속 머물 것”
푸틴, 빈 살만과 통화 ‘美 견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각)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중동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방중 재추진설(說)과 관련, “그런 소식이 없다”면서 미국을 향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즉각 견제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확대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이 지역(중동)에 계속 머물 것”이라며 “가장 밝고 강력한 중동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깊은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GCC는 인프라 개발, 기후(변화) 완화, 보건 안보, 식량 안보 등의 긍정적 의제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신실크로드)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GCC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등 미국의 우방국으로 구성돼 있다.
블링컨은 전날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파이살 빈 파르한 외교장관과 각각 만난 자리에서도 청정 에너지 및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예멘 내전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진행돼왔는데,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 관계가 전격 복원되면서 종전 협상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조만간 방중할지 여부에 대해 “제공할 소식이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블링컨이 이르면 이달 내 방중해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국무부도 “여건이 허락하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나려다 중국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침입 사건이 터지면서 불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8일 자 사설에서 당시 방중 취소가 미국의 “과도한 대응”이었다며 “(블링컨이 방중하려면) 충분한 진정성과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하고 국제 유가 조절을 포함한 양국 협력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사우디 방문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사우디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음 달부터 하루 100만배럴의 독자적인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한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국제시장에 저가 원유를 쏟아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사우디가 유가 시장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 미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각각 외교전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는 리브(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합병을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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