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이런 大法 전원합의체는 처음 본다
정치·노동 사건서 몰표 던지고 특정 진영 원하는 판례 만들어
김명수, 사실상 ‘정치 기구’로 활용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기의 대표적 ‘흑역사’ 중 하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를 사실상 ‘정치 기구’로 활용한 것이다. 대법 전합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된다. 지금의 전합은 우리법연구회, 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 등 소위 ‘진보’ 인사가 과반(7명)을 차지한다. 김명수 체제 초기부터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다.
대법원에는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小部)가 3개 있다. 여기서 합의가 안 되는 사건이 전합에 올라간다. ‘김명수 대법원’ 전합은 작년 말까지 100여 건 정도를 처리했다. 문제는 정치 사건, 이념 사건, 노동 사건의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표결’로 결론을 내리는데 ‘진보 대법관’들은 한 묶음으로 움직였다. 과거에도 대법관들 성향을 분석해 전합 결과를 점치곤 했지만,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고의 법률가들이 법리(法理)로 접근해 결론을 내린다는 컨센서스가 작동했었다.
지난 6년간 논란이 된 대법 판결들은 대개 ‘소부 합의 불발→전합 표결’ 경로를 거쳤다.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원하는 법안을 갖고 실랑이하다가 본회의로 직회부해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작년 11월 전합에 회부된 ‘현대차 불법 파업 손해배상 사건’도 그런 경우다. 현대차 생산 라인을 63분간 불법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 5명에게 회사가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사건인데, 전합은 마침 ‘노란봉투법’의 쟁점을 다루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으로 재산상 손해를 끼친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배상 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내용이다. 법원 내에선 “김 대법원장이 9월 퇴임을 앞두고 노조와 야당에 선물을 주려 한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이 사건의 소부 주심은 우리법 출신 노정희 대법관이다. 노 대법관은 과거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의 소부 주심도 맡았었다. 그 사건도 전합으로 올라간 뒤 2020년 7월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당시 ‘7(무죄)대5(유죄)’로 피선거권을 유지한 덕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이재명 판결’ 몇 달 뒤, 김 대법원장은 노 대법관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지명했다. 노 대법관은 법원장 경력도 없는 데다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이었던 대법관 2명,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서열 6위였는데도 그 자리에 앉았다. 그의 대법관 임기가 2024년 8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2024년 총선 관리를 노 대법관에게 맡긴 것이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의 뜻’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노 대법관은 결국 2022년 3월 ‘소쿠리 대선’ 사태로 사퇴 압박을 받다가 44일 만에 선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왜곡과 허위로 채워진 좌파 단체의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문제가 없다고 한 2019년 대법 판결,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취업 규칙 변경도 근로자 및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한 2023년 판례 변경도 전합을 통해 이뤄졌다. 둘 다 ‘진보’ 대법관이 소부 주심이었다가 전합에 올라갔고 표결 결과는 ‘7대6′이었다.
20년 넘게 판사 생활을 한 법관은 “이토록 정치화된 전원합의체는 처음”이라고 했다. 법리가 아니라 머릿수로 판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대법관들이 바뀐 다음 다시 표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한다. 대법원 판례의 힘과 권위가 무너진 것이다. ‘김명수 체제’는 정말 회복하기 힘든 해악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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