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의 두잉세상]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지방대학시대’의 실현을 위해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30’을 추진하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모여들고, 지역 발전의 허브와 싱크 탱크의 역할을 하는 경쟁력 있는 30개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명문대학들은 지역에 골고루 흩어져 있으면서 강소기업들과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균형발전에 중심이 되고 있다. 이 정책은 지역소멸을 막고 한국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새로운 학문과 혁신을 주도해야 할 교수의 ‘기득권 깨기’는 어려운 숙제다. ‘글로컬대학 30’은 이 숙제의 해결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사업들은 하향식 획일적이었다. 그러나 ‘글로컬대학 30’은 대학의 자율적 혁신과 전면적 체질 개선이 담긴 5쪽의 기획계획서를 평가해 5년간 1000억 원의 재정을 지원한다. 교육부가 할 수 없는 자율적 혁신을 대학 의지대로 하겠다는 구상이 담겨야 한다.
108개 대학이 ‘글로컬대학 30’에 지원했다. 27개교는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교육부는 대학의 통폐합을 유도해 왔다. 그러나 대학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30’에 신청했다. 양 대학 통합의 의미는 크다. 부산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이고 부산교대는 규모가 큰 초등교사 양성대학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부산대 총장 재임 시절 부산교대와의 통합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강력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한 ‘글로컬대학 30’이 부산교대 교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신청한 대학들은 교육부가 생각하지 못한 구조조정과 자율적 혁신 콘텐츠를 담았을 것이다. ‘글로컬대학 30’의 목적이 벽 허물기 등의 혁신이므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필자는 직선제로 선출된 국립 부산대 총장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사립인 동명대 총장으로 초빙됐다. 사립대의 총장은 연령제한이 없어 연임도 가능하다. 따라서 혁신에 필요한 총장의 리더십과 권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글로컬대학 30’은 모든 권한을 대학에 주기 때문에 총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S 세계 대학평가에서 상위 30위권에는 미국의 대학이 항상 50%를 차지한다. 미국 대학의 성과는 총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과 충분한 임기보장이다. 중요한 경영 능력 중 하나는 수익사업과 발전기금 모금을 통해 재정자립을 이루는 것이다. 대학의 중요한 가치인 자율성은 재정독립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컬대학 30’의 완전한 성공과 한국 대학 혁신을 위해 필요한 총장 역할을 중심으로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 주자. 10개 거점대 중 두 대학 총장은 3수 끝에 선출됐다. 한 대학은 총장 선거 룰 합의에 장장 1년이 걸렸다. 대학이 분열되는 이유다. 선진국 어떤 대학도 총장선출 방법을 두고 갑론을박하지 않는다.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임기 4년은 한참 모자란다. 1636년 개교한 미국 하버드대 총장의 평균 임기는 17년이다. 4년 임기를 4번 채우고 1년을 더 한 셈이다. 반면 한국의 대표대학인 서울대 총장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6개월에 불과하다. 서울대와 하버드의 경쟁력은 바로 총장 임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대 총장 임기에 대한 제한을 풀어 대학을 살릴 수 있는 분에게 기회를 주자.
둘째,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모시는 총장 초빙제 도입이다. 미국 명문대학은 총장초빙위원회가 전국적으로 많은 후보군을 선정하고 능력만을 고려해 총장으로 선출한다. 초빙위원회는 교수·학생·직원·재단·외부 인사·동창 등으로 구성되고,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활용할 뿐만 아니라 위원회에 포함하는 대학도 많다. 하버드대는 2006년 총장초빙위원회를 구성하고 12개월 동안 많은 후보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검토를 거처 대학 역사상 첫 여성 흑인 총장인 파우스트 총장을 선임했다. 미국 명문대에 직선제 총장선출은 있을 수 없다.
셋째, ‘글로컬대학 30’ 선정 기준에 총장의 역량이 들어가야 한다. 대학 거버넌스의 정점에 총장이 있기 때문이다. 총장이 사업계획서를 직접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사업 이해도와 추진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학 혁신과 구조조정의 총괄책임자는 총장이다.
넷째, ‘글로컬대학 30’은 통폐합이 아니라 혁신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1000억 원 투자로 대학을 통폐합해 세계적 대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버드 예일대 등 연구중심대학의 대학 재정은 서울대의 5배 이상이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일본 국제탁월연구대학 지원 사업은 7개 대학만 선정해 대학당 수천억 원을 지원한다. 국립대학은 1도 1개의 거점국립대학으로 통합하고 1조 이상의 재정투입으로 국가와 지역을 먹여 살리는 글로벌대학으로 키워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역 대학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글로컬대학 30’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평생 대학에 몸담은 학자인 필자도 이 정책이 대학의 혁신을 통해 지역을 살리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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