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7] 세월이 말해주는 진상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6.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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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려진 진상(眞相)이 드러나는 상황을 형용하는 말들이 중국에는 풍부하다. 그만큼 여러 가지 조작과 은폐 등으로 참모습을 숨기는 일이 잦다는 얘기다.

공자(孔子)는 그 발언의 대열에 일찍 선 사람이다. “날 차가워져야 소나무 잣나무의 꿋꿋함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말을 남겼으니 말이다. 비슷한 언어 흐름은 많다. 물이 말라 바위가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은 앞서 소개한 적이 있다.

진시황(秦始皇)을 죽이려 했던 자객(刺客) 형가(荊軻)의 성어도 있다. 그는 진시황을 회유하려 준비한 지도(地圖)에 칼을 감췄다. 두루마리 지도 끝에 숨긴 비수가 드러나는 대목을 이르는 말이 도궁비현(圖窮匕見)이다. 본래 모습이 죄다 밝혀진다는 진상대백(眞相大白)도 있다.

이 산, 저 봉우리에 가려 여산(廬山)의 진면목(眞面目)을 가늠할 수 없다며 철리(哲理)에 가까운 푸념을 적은 소동파(蘇東坡)의 시도 유명하다. 가슴에 품은 음모와 이미 저지른 죄행이 백일하에 까발려지는 상황은 동창사발(東窓事發)이라는 성어로 적는다.

민간의 속언에도 이 흐름은 이어진다. “먼 길 갈 때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지나 봐야 사람 마음 안다(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는 식으로 말이다. 그와 비슷한 “센 바람에 질긴 풀 알아보고, 맹렬한 불에 순금 드러난다(疾風知勁草, 烈火見眞金)”는 말도 퍽 잘 쓰인다. 전쟁과 재난 등 혹독한 삶의 환경 속에서 속내를 감추며 살아야 했던 중국인들의 경험칙이다.

중국이 과거로 회귀하면서 요즘 공산당의 붉은 이념이 다시 범람한다. 지난 40여 년의 개혁·개방은 그저 잠깐의 가리개였던 모양이다. 그 너울이 걷히니 중국은 변함없이 전제주의적인 공산국가일 뿐이다. 그 ‘진상’을 두고 우리가 이제 더 이상 헛갈릴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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