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97] ‘ㄹ까’ 막 써도 될까
툭하면 몇 억씩 내놓는 가수. 그러니 첫 광고나 TV 단독 쇼 출연료에 연연하랴. 공연했다 하면 삽시간에 표가 동나고. 선물 안 받는다 하니 팬들이 대신 기부한 게 수십억이라던가. 한겨울 올림픽대로서 교통사고 당한 이 응급처치까지. 그의 유튜브 채널 시청자 150만명. 시축(始蹴)한다고 경기장을 미어지게 만든 남자. 해서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모셔 대담하는 일은 별나지도 않다. 엉뚱하게 진행자 말투가 별날 뿐.
“건행(健幸). 이거 팬들하고 따로 인사하는 방법이잖아요.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 ‘ㄹ까’는 어떤 일에 관한 의문이나 추측을 나타내는 어미(語尾). 혼자 궁금해하거나, 듣는 이도 잘 모른다 여길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한데 ‘건행’은 질문 받는 당사자가 만든 말. 이렇게 빤히 아는 사람한테는 ‘무슨 뜻인가요’ 해야 말이 된다. 중학생 때까지 축구 선수로 뛰었다는 말에 잘못된 정보가 있다 하자 진행자가 또 그런다. “뭘까요?” 아니, 잘못이라고 밝히는 상대한테 뭔지 아느냐 묻는 법이 어디 있나. 당연히 “뭔가요” 해야지.
엉터리 화법(話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곡이 처음 공개된다는데 여기에도 깊이 관여하셨을까요?” 묻는 이가 궁금한 일이지 당사자가 모를 일이 아니잖은가(→관여하셨나요). 세간(世間)의 말버릇이 아무리 이상해졌기로, 뉴스 진행자가 이렇게까지 돼서야.
“올해는 특별한 목표가 있을까요?” 이미 삼은 목표를 묻는데 ‘ㄹ까’가 웬 말인가(→있나요). 물론 새로 목표를 잡을 상황이라면 “목표가 생길까요”처럼 물어야겠지. 이런 식으로 ‘ㄹ까’를 제대로 쓴 대목도 없지는 않다. “혹시 가수가 안 됐다면, (축구 선수로) 만났을까요?” 본인도 미루어 생각해야 할 일이므로 이 질문은 자연스럽다.
임영웅. 이 시대에 그만큼 이름값 하는 유명인이 얼마나 있을까. 행여 좀 부풀려졌다 한들, 숱한 이를 다독이고 흐뭇하게 해주는데. 다가오는 서른두 살 생일엔 또 무슨 착한 짓을 저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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