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천안함 용사 희생에 대한 정치적 이용 중단해야

최원재 기자 2023. 6.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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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대한민국 백령도 남서쪽 약 1㎞ 지점에서 천안함이 초계임무 수행 도중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천안함 장병 46명이 숨지고 58명이 살아남았다. 당시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 넘게 평택 2함대 사령부에 머물며 희생자 가족, 생존자 등을 취재했다. 피격 이후 인근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과 백령도 등지의 참수리급 고속정, 해경 함정에 의해 58명이 현장에서 구조됐다.

현장에서 희생자들이 인양되면 가족들이 시신 확인을 위해 들어갔고 풀단 취재진이 동행했다.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평택 주재기자와 정보를 주고받았다. 사건 며칠 전 미군 함대가 한미 연합훈련 차원에서 평택항을 출항해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해군 고위직을 통해 미군의 오인 사격에 의한 사고라는 얘기를 듣고 기사화하려 했으나 데스크가 승인하지 않아 지면에 나가지는 못했다. 바로 다음 날 타 언론사에서 이를 다뤘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침몰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다.

2010년 5월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음향자장복합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돼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침몰 해역에서 어뢰로 확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물로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을 수거했다.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북한의 어뢰 표기 방법과 일치한다고 조사단은 결론 내렸다.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점은 당시 공식 조사에 참여한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등 4개국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했다.

당시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임은 명백해졌으나 사건 직후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서도 특대형 모략극이라며 반발했다. 진보 정당 소속 정치인들 중 조사단의 발표를 부정하며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으로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정치권에선 ‘이래경 사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발언을 놓고 보수 진영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와 보수 진영은 지난 13년간 천안함 사건을 두고 첨예한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생존 장병은 이런 모습을 보고 “보수는 이용했고 진보는 외면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이젠 제발 입 좀 다물길 바란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 연어급 잠수함의 어뢰 공격’이다. 그들의 희생을 애도하고 고통 받는 가족과 생존자들을 존중의 눈길로 바라보길 정중히 부탁한다.

최원재 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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