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광장에서 시대를 만난다

경기일보 2023. 6.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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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광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최인훈은 소설 ‘광장’에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고 썼다. 해당 소설 속 주인공인 이명준은 광장과 밀실의 이분법적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제3지대를 선택한다.

광장이 아고라에서 유래된 서구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관제집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등 광장은 낯선 문화였다. 그러나 1980년대 민주화 물결의 시작으로 1999년 여의도 공원화, 2002년에는 월드컵 응원으로 광장은 온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의 마당이자 민의를 표현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변화했다.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한 광장은 문화적 다양성도 품고 있다. 각종 축제와 행사가 개최되는 문화예술의 중심이면서 경복궁 및 광화문의 역사와 함께하는 광화문광장처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원에도 광장이 있다. 1996년 화성행궁 복원공사가 시작되며 2008년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 조성한 광장이다.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수원화성문화제’와 ‘세계유산축전’ 등 수원을 대표하는 축제가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시민들은 현대에 조성된 광장에서 과거의 가치를 느끼며 문화유산을 무대로 현대의 예술을 만나고 있다.

물론 축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화성행궁광장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흐른다. 예술인들의 공연,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의 웃음꽃, 소망을 담아 하늘 높이 연을 날리는 가족과 많은 관광객 등 다채로운 시민의 일상과 함께한다.

코로나19는 광장의 범위를 넓혔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으로 의사 소통 방식은 더 편해지고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상의 공간은 더욱 확장됐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실 너머의 가상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우리는 광장에서 시대를 만난다. 광장은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모이는 장소이자 개인적인 공간이다. 오랜만에 마스크 없는 일상이 됐다. 화성행궁광장에서 푸른 하늘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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