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리즘] 메타버스는 죽지 않는다
# 올들어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 메타버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메타버스 스타트업들 상당수는 투자유치가 가로 막혔고 생존마저 걱정할 지경에 몰렸다. 올들어 5월까지 전세계 메타버스 스타트업 투자는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메타버스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던 메타는 물론, MS,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빅테크, 콘텐츠회사들이 대거 관련부서 축소와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악재다. 메타버스 사업은 장기간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반면 가시적 성과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메타버스가 뜨기도 전에 추락했다는 냉소가 나온 이유다. 메타버스의 주목도가 떨어진 이유로 전문가들은 콘텐츠 미비와 생태계의 미완성을 지적한다. 한마디로 메타버스를 제대로 경험할 킬러 콘텐츠와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VR(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필드 라운딩을 대체한 스크린골프 같은 성공모델도 있다. 반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하는 일을 왜 비싸고 불편한 가상공간에서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다.
# 애플이 지난 5일 공개한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는 침체한 메타버스의 생태계에 촉매제가 될 만하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만에 "원모어 씽(one more thing)"을 외쳤는데, PC와 모바일을 이을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으로서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자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메타버스는 물론, VR, AR, MR이라는 단어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공간컴퓨팅 기기로 자사 제품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는 기존 VR 기기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후발주자의 약점을 상쇄하려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애플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동반해왔다는 점이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개발자에게 운영체제(OS)와 개발키트를 제공하고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장터를 열었다. 애플은 이번에도 비전OS와 관련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MR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것이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통해 선보인 아이싸이트 등 MR 기술과 컨트롤러 없이 눈과 맨 손으로 조작하는 휴먼인터페이스 역시 사용자의 의도를 읽어냄으로써 현실과 가상세계의 결합을 촉진할 요인이다. 기존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 기기와 강력한 연계성도 경쟁사를 긴장시킬할 만하다. 물론 비전프로가 워낙 고가이고 어지러움증, 두께와 무게 등 기술적 한계가 온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시장안착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애플의 가세는, 기존 메타와 삼성 등과의 경쟁을 촉발하며 메타버스 시장에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 생성형AI와 메타버스의 결합이 빚어낼 시너지 역시 주목해야할 사안이다. 생성형AI는 메타버스 활성화에 필수적인 실감 콘텐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미 멀티모달과 지능형가상에이전트 등 AI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가상공간 내에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와 소통모델 구현이 가능해졌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자 중심 구조와 고비용, 낮은 상호작용으로 확산에 한계가 있던 메타버스가 생성 AI와 만나며 새로운 활로를 찾는 국면으로 진입 중"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들도 최근 생성형AI 기술을 통해 자사 메타버스 활성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 시장에서는 메타버스 회의론이 지속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국내 메타버스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와 해외진출 지원 등 메타버스 산업진흥과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은 그래서 바람직하다. 메타버스는 긴 여정이다. 잠시 정체했을 뿐 가상과 현실을 연계한 문제해결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의 도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searc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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