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초창기 수능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떤가
최근 가족들에게 "과거처럼 대입에 체력검정이 부활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모두 "지금 시대에 가당키나 하냐"고 질색했다. 여러 부작용 탓에 폐지된 제도인데 왜 다시 거론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필자는 '학생 기초체력 향상'과 '체육활동을 열심히 했더니 학교폭력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까지 언급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수험생이 아니지만 대입제도는 가족끼리도 논쟁이 붙을 만큼 언제나 첨예한 이야깃거리다.
'2028 대입 개편안'이 6월 말을 전후해 발표된다. 개편안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미세조정한다고 했으니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에 맞는 새 대입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큰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 장관이 말한 미세조정도 나비효과로 인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체제 개편만 하더라도 고교선택을 앞둔 중학교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영향력이 크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에 걸쳐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존치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이 계속 입방아에 오르면서 학부모와 학생이 갈팡질팡하지 않았는가. 더불어 고교 내신체계도 관심거리다. 원래 고1 과정인 공통과목은 상대평가 9등급, 고2·3 과정인 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절대평가)로 하기로 했지만 이 장관이 취임한 후 전학년 성취평가제를 언급하며 교육일선에 혼란이 생겼다. 틈새를 노려 필자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것은 원안대로 가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생 성적의 변별력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대입에서 학생부교과전형 운영이 어려워진다. 많은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대학과 수험생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높아 이 전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입 개편을 두고 할 이야기는 많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이야기로 가보자. 필자는 학창시절 예비고사와 본고사로 이뤄진 대입제도를 경험했다. 이 때문인지 절대평가에 기반한, 공통과목 위주의 시험범위가 있는, 자격고사화한 수능과 대학 자율의 대학별 고사로 이뤄진 대입제도를 선호한다. 궁극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현재 분위기로는 문·이과 통합수능 형태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체제의 수능으로 가는 건 무리가 있다. 특히 미래형 수능 형태로 언급되는 논·서술형 수능은 2028학년도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이미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2028 '이후'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드는 개편안에 논·서술형 수능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채점의 공정성을 고려했을 것이다. 지금의 통합수능이 그대로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조정점수제나 선택과목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인데 이는 미세하게라도 조정해야 한다. 즉, 국어와 수학 선택과목제에서 국어 선택과목제는 불필요하다. 그리고 평가방식에서 영어와 한국사의 절대평가도 다시 상대평가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고교학점제라는 변화에 맞춰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이 들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다.
필자라면 수능 개편에서 초창기 수능을 떠올리겠다. 1994학년도에 학력고사가 수능으로 개편됐을 때 말이다. 실험평가만 7차례를 거쳐 마련된 초창기 수능문제는 그간 학교 교육에서 끊임없이 지적된 주입식 암기교육에서 벗어나 대학 수학에 필요한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됐다. 이를 위해 교과목 2개 이상이 직간접으로 관련된 통합교과적 소재를 많이 활용했고 자료해석이나 원리응용과 현상, 논리적 사실분석과 판단 등 사고력 중심의 평가를 강조했다. 덕분에 당시 수능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화가 능사만은 아니다. '의미 있는 과거'도 미래에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가능한 한도에서 수능이 본연의 의미를 찾아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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