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부활한 종북세력에 마침표 찍기

노경목 입력 2023. 6. 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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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대학에 입학한 1998년, 학내 기독교 단체들은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신문사에 입사해 민주노동당을 취재하던 2008년에는 NL계 당원들이 당직자 신상정보가 담긴 내부 자료를 북한 공작원에게 넘긴 사건이 있었다.

NL, 경기동부 등으로 불리는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은 종종 철 지난 색깔론으로 치부된다.

당장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해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많은 인식을 종북세력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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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정치부 차장

기자가 대학에 입학한 1998년, 학내 기독교 단체들은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최대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고난의 행군’이 절정에 달한 시기다. 하지만 한총련 등 민족해방(NL·National Liberation) 계열 학생운동세력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북한에 기아는 없다” “북한 체제를 폄하하기 위한 거짓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사에 입사해 민주노동당을 취재하던 2008년에는 NL계 당원들이 당직자 신상정보가 담긴 내부 자료를 북한 공작원에게 넘긴 사건이 있었다. 심상정 등 비NL계 지도부는 해당 당원들을 징계했지만, NL계가 당 대회에서 백지화시켰다.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을 두둔하며 “언제부터 우리가 부르주아 법원의 판결문에 휘둘렸냐”고 핏대를 세웠다.

충성맹세문까지 작성

NL, 경기동부 등으로 불리는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은 종종 철 지난 색깔론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지금도 북한과 연계된 활동을 하고 있다. 2016년 베트남으로 건너가 북한 간첩과 접선했고, 2018년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성맹세문을 작성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2020년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관련 각 계파 움직임을 북한에 보고하는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NL은 민주노총 지도부를 장악했고, 올 4월에는 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원내에 입성했다.

속성도 변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굶어 죽어도 북한 정권의 체면만 걱정하던 25년 전처럼 한반도 북반부에 엄연히 존재하는 아우슈비츠의 지옥도를 못 본 체한다. 야만적인 체제를 탈출한 탈북민을 오히려 ‘배신자’라 손가락질하고, 봉건적 3대 세습을 옹호한다. 개인의 사상은 자유지만 공론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할 상대로는 인정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종북세력이 국회에서 강제 축출된 셈이다. 하지만 이름만 바꾼 진보당의 원내 진출에서 보듯 종북세력은 부활했다. 오랜 기간 민주노총 등에서 활동해온 모 인사는 종북세력이 현실 정치에서 계속 힘을 발휘하는 이유를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생관계에서 찾았다. “NL계가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 구축한 조직력을 민주당이 주요 선거에서 활용하는 대신 민주당은 현실 정치에서 NL계에 일정 정도 지분을 허락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멀리해야 사라져

당장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해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많은 인식을 종북세력과 공유한다. 코로나19부터 천안함 폭침까지 비극적인 사건마다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와 이석기 석방을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말 안 듣는’ 정의당 대신 진보당과 연대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반(反)윤석열’을 기치로 노동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종북세력과 손잡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민주당 내 강성 친이재명계 의원 모임 ‘처럼회’에 가입했다가 논란이 되자 탈퇴했다.

아무쪼록 민주당이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멀지 않고 종북세력과 확실히 선을 긋길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평화, 인권, 분배 등의 가치도 한층 진정성 있게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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