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지휘관의 실패, 대가는 수많은 병사들이 치른다

김진형 2023. 6.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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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 등에서 '한민족 3대 패전' 중 하나로 언급되곤 하는 '인제 현리전투'는 1951년 중공군의 5차 공세에서 3군단이 괴멸적 타격을 입은 사건이다.

당시 하진부리에 있던 유재흥 3군단장은 요충지였던 오마치 고개 방어선에 들른 뒤, 3사단장 김종오에게 지휘를 맡긴 뒤 연락기를 타고 다시 사령부로 향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가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선 지휘관과 병사들, 그 전선에 있던 이들의 선택과 희생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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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욱 전쟁사연구가 집필
위기 자초한 12명 장군 다뤄
한국전쟁 인제 현리전투 포함
“패전의 역사 반면교사 삼아야”
▲ 현리지구 전투에서 붙잡힌 국군 포로들의 모습.

온라인상 등에서 ‘한민족 3대 패전’ 중 하나로 언급되곤 하는 ‘인제 현리전투’는 1951년 중공군의 5차 공세에서 3군단이 괴멸적 타격을 입은 사건이다. 당시 하진부리에 있던 유재흥 3군단장은 요충지였던 오마치 고개 방어선에 들른 뒤, 3사단장 김종오에게 지휘를 맡긴 뒤 연락기를 타고 다시 사령부로 향했다. 결정적인 전투 앞에서 이뤄진 군단장의 이탈은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에게 “군단장이 달아난다”는 소문으로 비화됐고 군단 전체가 붕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미 8군 사령관 밴 플리트는 그 자리에서 유재흥의 군단장직을 해임했다. 이때를 계기로 넘어간 전시작전권의 반환 문제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뜨거운 감자로 남았다.

권성욱 전쟁사연구가가 쓴 ‘별들의 흑역사’는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에서 나섰던 12명의 장군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가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선 지휘관과 병사들, 그 전선에 있던 이들의 선택과 희생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돌아볼 수 있다.

 

▲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책에 나오는 지휘관들은 처음부터 무능하지는 않았다. 유재흥 장군 또한 그랬다. 제주 4·3 때에는 극우단체들의 행패를 금지시키고 회유책을 사용해 게릴라들의 활동을 급격히 약화시켜 제주도를 안정화시켰다. 영천전투 승리의 장본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초기 의정부 방면을 맡았던 유재흥의 7사단은 처참한 패배로 해체됐고, 청천강 전투에서는 중공군의 집중공격을 받아 그가 지휘했던 2군단이 해체되기도 했다.

저자는 유재흥이 충분한 경험도 쌓기 전에 큰 직책을 맡았던 것이 시대의 불행이었다고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미군 측의 불합리한 자세도 있었다. 그렇지만 실패의 대가는 그들의 결정에 휘말려야 했던 수많은 병사들의 몫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일본 장군 무다구치 렌야의 추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현장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 다음날 멀쩡한 팔에 붕대를 감고 나와 으스대는 모습은 예사였다. 버마 전선에서 밀림으로 진군했으나 보급이 끊긴 병사들이 굶주림에 직면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현지 주민들에게 가축들을 징발했으나 풀이 없었고, 심지어는 병사들에게 풀을 먹는 적응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 장군 모리스 가믈랭은 젊은 명장에서 늙은 범장으로 쇠락한 사례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뛰어난 전술 능력을 발휘했으나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독일군의 진격로를 잘못 예측해 프랑스 방어선이 몰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패전의 역사를 불편하거나 부끄럽게 여길 이유는 없다”며 “지난 과오를 어물쩍 덮기보다는 진솔하게 반성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작전 실패에 따른 책임 또한 최고 지휘관에게 있음 또한 당연하다. 명장의 자질은 책임의 무게에서 나온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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