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깊은 산골 그린 산수화 부서지는 물소리 따라 곡운선생 발걸음 쫓아

안의호 2023. 6.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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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나게 아름다운 물의 고장 화천
조세걸 그린 ‘곡운구곡도’ 속 실경
화악산·백운산 발원 아홉 곳 협곡
곡운선생 시가 속 경관 감상 포인트
청은대 여초선생 현판 볼거리 선사
판상절리 국가지질공원 명소 지정
▲ 화천군 곡운구곡 전경

화천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물의 고장(華川)’이라는 것은 옛지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화천군의 지명 변천사를 살펴보면 고구려 때에는 생천(牲川) 또는 야시매로, 통일신라시기엔 낭천(狼川), 고려 때 성천(牲川), 조선 때 낭천(狼川)으로 오락가락으로 하긴 했지만 조선말 화천(華川)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물(川)이라는 이름은 꾸준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근래들어 화천의 물과 관련한 이미지는 춘천댐과 화천댐 등 인공적으로 조성된 호수 상류의 물이 많은 고장이라는 모습으로만 고착되고 있다. 성리학의 원류 주희의 ‘무이구곡’을 차용해 ‘곡운구곡’이라는 이름으로 화천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조선시대 곡운 김수증이 본다면 섭섭해할만한 일이다. 물의 고장 화천의 진면목을 만나러 곡운구곡으로 발길을 향해 본다.

▲ 곡운구곡 전경.

■화천 곡운구곡

‘곡운구곡’은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곡운 김수증 선생이 화천 화악산과 백운산에서 발원해 춘천에서 북한강과 합류하는 지촌천 아홉 곳의 절경을 각각의 특성에 맞춰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한다. 지촌천은 깊은 산골을 굽이굽이 흐르는 하천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하천의 바닥을 이루는 화강암이 판상절리를 이루는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지난 2014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명소이기도 하다.

곡운구곡은 춘천에서 철원으로 연결되는 국도 56호선과 접해 나란히 흐르는 지촌천의 춘천과 화천 경계지역에 위치한 제1곡 방화계(傍花溪)를 시작으로 상류방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모두 9개의 이름을 붙인 명소로 이뤄졌다.

▲ 곡운1곡 도로변에서 상류방향 봄 풍경.

차량을 이용해 곡운구곡을 찾을 경우 하류에서 상류방면으로 이동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무난하고 도보로 이동할 경우는 제9곡에서 출발해 제1곡까지 하천의 흐름을 따라가보는 것도 괜찮다.

차량 이동과 관련해 첨언하자면 방화계의 경우, 곡운 선생이 ‘복숭아꽃 피고지고 세상과 격하였네. 깊은 숲 길은 다해 오는 사람 없으니’라고 노래한 곳이지만 지금은 국도변에 위치해 세상 가운데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때문에 곡운구곡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울퉁불퉁 바위로 형성된 하천과 천변의 좁은 길을 조심조심 걸어다녔을 300여년전 곡운 선생에게 빙의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 제3곡 신녀협 인근에 조성된 공원에는 여초 김응현 선생에 제자한 청은대가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1곡과 제2곡 청옥협(靑玉峽: 맑고 깊은 물이 옥색과 같은 협곡)은 갓길이 없는 국도변의 협곡이라 느긋하게 머물며 감상하기 어렵지만 제3곡 신녀협(神女峽: 신녀의 협곡)은 널찍한 공원과 지촌천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팔각정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마음 편히 다리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길이 74m 폭 1.8m 높이 12m 규모의 출렁다리는 신녀협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판상절리가 발달한 화강암 지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공원에 조성된 청은대(淸隱臺)라는 정자에는 여초 김응현 선생의 명필 현판이 걸려 있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여초 김응현 선생의 명필을 감상할 수 있는 ‘청은대’ 현판.

신녀협에서 지촌천과 국도56호선이 갈라지기 때문에 제4곡부터 제9곡까지는 지촌천을 끼고 나 있는 작은 도로(김수증길)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김수증길 옆의 한 부대앞 정문에 위치한 제4곡 백운담(白雲潭: 흰 구름 같은 못)은 화강암 판상절리 지형을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인근에 위치한 제5곡 명옥뢰(鳴玉瀨)는 하천의 돌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가 옥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이처럼 제6곡 와룡담(臥龍潭: 와룡의 못)과 제7곡 명월계(明月溪: 밝은 달의 계곡), 제8곡 융의연(隆義淵: 의지를 기리는 깊은 물), 제9곡 첩석대(疊石臺: 층층이 쌓인 바위)까지 모든 절경에는 이름과 풍경을 읊은 시가 새겨진 비석이 조성돼 있으니 실제 절경과 비석의 내용을 비교해보는 것도 곡운구곡을 즐기는 방법이다. 특히 곡운구곡은 김수증 선생이 당대 화가 조세걸을 시켜 그렸다는 실경산수화 ‘곡운구곡도’가 남아 있으니 함께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6개의 구곡 그림 중 실제 경관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은 충북 괴산의 화양구곡과 화천의 곡운구곡 2곳뿐이라고 한다. 국도 56호선은 갓길이 없고 대중교통도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곡운구곡은 차량으로 이동하며 주요 포인트만 감상하는 것이 좋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 3시간 정도의 발품이 필요하다. 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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