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칼럼]경제 사이렌-총선 빨간불 속 여당 실종사건
이기홍 대기자 2023. 6. 8. 23:58
尹 2년 차, 외교 성과 등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 자영업 등 실물경제 현장은 아우성
민의 수렴·민생 현장 전달해야 할 여당은
용산 눈치만 보며 침묵… 존재감 상실
중소기업, 자영업 등 실물경제 현장은 아우성
민의 수렴·민생 현장 전달해야 할 여당은
용산 눈치만 보며 침묵… 존재감 상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출발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외교 성과가 이어졌고, 노조 불법에 대한 엄중한 대응, 자칭 시민단체로 행세해온 좌파단체들의 추한 실태 공개 등 비정상의 정상화에 박수를 치는 국민이 많다. 대통령의 말실수도 사라졌다. 지지율도 다소 회복세다. 얼핏 보기에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여권에 청신호가 켜진 듯 하다.
그러나 귀를 실물경제 현장에 대보라. 아우성이 사이렌 수준이다. 본고사는 이제 시작이다. 외교는 어음, 내치는 현찰이다. 외교는 화면은 화려하지만 표로 연결되는 건 실물경제다.
문제는 현 경제위기의 뿌리가 그 어떤 정부라도 대처하기 힘들만큼 과거 정권과 세계 경제 구조로부터 뻗어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만 떼어놓고 봐서는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수출이 8개월째 감소하는 근본 원인은 에너지 가격 상승, 대(對)중국 수출 감소다. 거기다 원달러 환율로 인해 수입가격은 올라가고 해외소비 패턴이 증가하면서 구조적인 적자 상황이 이어진다.
고금리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중소기업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상황을 토로한다. 부동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 60조원 설 등 빨간불이 켜졌다.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계속된다. 경제 대부분 분야가 침체돼 있고 이 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국내적 상황이 링크된 미국 경제 자체도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미국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한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끝날 상황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경제안보·안정성을 강조하는 미국 등 서방정부들의 방향과 이윤과 효율성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의 방향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 정부가 쓸 수 있는 국내적 정책수단은 제한돼 있다. 문재인 정권이 사회안전망을 명분으로 뿌린 막대한 돈이 심대한 국가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내우외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단합을 위한 정치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윤 정권을 실패로 몰아가 반사이익을 얻는데만 골몰해 있는 야당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여당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한 때다. 경제 현장의 민의를 수렴하고,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정부에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 가장 조용하고 한가한 집단이 국민의힘이다. 석달전 김기현 대표 취임 이래 여당은 뉴스에서 사라졌다. 여당이 주도한 이슈는 없다. 사실상 눈감고 귀막고 입을 봉한 정당이 됐다.
김 대표 등 지도부는 1일 수원을 찾았지만 도당 회의실에서 보훈체육만 강조하고 왔다. 지역구 59곳 중 52곳에서 패배한 초열세지역 경기도 탈환을 위한 전략적 마인드가 있다면 가볼 곳이 얼마나 많은가. 수도권 규제로 발 묶인 기업, 김포라인을 비롯한 출퇴근 지옥 현장,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영세기업, 난개발 현장, 미분양 현장….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상가거리라도 나가 빈 점포를 세어가며 수첩에 바를 정(正)자라도 적어 나갔어야 하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어 대통령이 나라 진로의 큰 방향을 바꾸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어도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보완해야할 빈 구멍,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좌파들은 그 허점을 노려 왜곡 선동을 일삼는다. 이때 빈 곳을 살피고 오해를 풀어주고 아빠에게 잔소리하는 엄마의 역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체기술력 향상에 따른 부품 기술 자급, 중국민들의 자국산 선호 등 복합적 이유로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좌파들은 이를 오로지 한미동맹과 탈중국 정책 때문으로 몰아간다. 중간에 낀 기업들은 아무 말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럴 때 여당이 간담회도 열고 대체시장 세미나도 열며 소통할 생각을 왜 안할까.
경제를 살릴 첩경은 규제 완화인데 국무총리, 대통령실장 등 요직을 모피아 출신들이 독점한 관료공화국에서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 여당 대표가 총리, 기재부 장관을 앞에 두고 “내가 OO에 가보니 이런 이런 하소연이 하늘을 찌르더라. 대통령은 그렇게 규제 완화를 외치는데 당신들은 뭐 하고 있느냐“고 호통쳐보라. 그게 정권에 마이너스가 되겠는가.
조용한 게 최고가 아니다. 민주당은 천박하고 부패한 속살을 드러낸 채 진흙구덩이에서 싸움박질하고 있지만 저러다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총선 때도 지금의 민주당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 정권이 심어놓은 사람들이 행정 공영언론 문화 교육 등 제도권 곳곳에서 버티며 사보타주하고 있고, 범좌파 진영 차원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이익연대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반면 여권은 “우리 대통령 외교 잘한다” 박수만 치며 잔치 끝난 뒤의 고요를 즐기고 있다. 민주당에서 아무리 악재가 잇따라도 이탈표를 흡수할 매력요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도 논리적으로는 안다. 경제난이나 저출산 연금 같은 구조적 문제가 윤석열 때문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원망은 현재 권력에 향한다. 반면 대통령과 여당이 민생의 고충을 나누겠다며 북적거리고 돌아다니면 국민은 “그래도 우리 먹여 살릴 놈은 이놈들밖에 없다”며 힘을 실어주게 마련이다. 국민은 다 보고 있다. 큰 뉴스만 보는게 아니다.
지금 국힘은 관료 조직처럼 돼버렸다. 초선 의원이 54.8%로 절반이 넘는데 소장파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나경원, 안철수가 배신자로 찍히는걸 보면서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란 생각이 퍼졌다. 공포의 간접체험 효과다. 의원들을 만나보면 관심사는 오로지 다음 공천이다. 누가 실세냐. 누가 용산과 친하냐만 수소문하고 다닌다.
논쟁과 토론, 상호 견제가 많아야 생명력이 생긴다. 그게 민주주의다. 동종교배는 조직의 생명력을 뺏는다. 식구끼리에 젖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이재명 대표의 혁신위원장 인선 참사다. 상식을 가진 국민 99%가 어이없어할 시대착오적 인물이 이 대표와 주변 식구들 사이에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해찬 사무실 경비’로 매달 3000만 원씩 2년간 전달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도 배달 사고든 실제 전달됐든, 식구끼리 사고에 젖은 사람들의 해이한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 자기들끼리에 얼마나 익숙해졌으면 그런 돈 거래의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했을까. 남김없이 실체를 밝혀야 할 중차대한 의혹이다.
당은 민심이 모이고 전달하는 곳이다. 그 역할을 포기하면 끝난다. 침묵이 체질화된 정당이 어떻게 국민과 호흡하고 국민의 불만을 수렴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실도 이런 당의 모습을 원한 건 아닐 것이다.
여당이 조용하고 일사불란하다 해서 민생도 잔잔한 바다인 것은 아니다. 참모나 장관들은 쓴소리를 할 용기가 없다고 쳐도 당은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민의를 전달하는게 당의 존재 이유 아닌가. 여당에서 쓴소리가 사라지면 대통령이 퇴임 후 다 뒤집어쓴다. 당장 편한게 좋다고 편하게만 해주면 서로를 망치는 거다.
그러나 귀를 실물경제 현장에 대보라. 아우성이 사이렌 수준이다. 본고사는 이제 시작이다. 외교는 어음, 내치는 현찰이다. 외교는 화면은 화려하지만 표로 연결되는 건 실물경제다.
문제는 현 경제위기의 뿌리가 그 어떤 정부라도 대처하기 힘들만큼 과거 정권과 세계 경제 구조로부터 뻗어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만 떼어놓고 봐서는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수출이 8개월째 감소하는 근본 원인은 에너지 가격 상승, 대(對)중국 수출 감소다. 거기다 원달러 환율로 인해 수입가격은 올라가고 해외소비 패턴이 증가하면서 구조적인 적자 상황이 이어진다.
고금리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중소기업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상황을 토로한다. 부동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 60조원 설 등 빨간불이 켜졌다.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계속된다. 경제 대부분 분야가 침체돼 있고 이 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국내적 상황이 링크된 미국 경제 자체도 변동성이 매우 크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미국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한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끝날 상황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경제안보·안정성을 강조하는 미국 등 서방정부들의 방향과 이윤과 효율성 추구를 본질로 하는 기업의 방향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 정부가 쓸 수 있는 국내적 정책수단은 제한돼 있다. 문재인 정권이 사회안전망을 명분으로 뿌린 막대한 돈이 심대한 국가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내우외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단합을 위한 정치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윤 정권을 실패로 몰아가 반사이익을 얻는데만 골몰해 있는 야당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여당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한 때다. 경제 현장의 민의를 수렴하고,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정부에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 가장 조용하고 한가한 집단이 국민의힘이다. 석달전 김기현 대표 취임 이래 여당은 뉴스에서 사라졌다. 여당이 주도한 이슈는 없다. 사실상 눈감고 귀막고 입을 봉한 정당이 됐다.
김 대표 등 지도부는 1일 수원을 찾았지만 도당 회의실에서 보훈체육만 강조하고 왔다. 지역구 59곳 중 52곳에서 패배한 초열세지역 경기도 탈환을 위한 전략적 마인드가 있다면 가볼 곳이 얼마나 많은가. 수도권 규제로 발 묶인 기업, 김포라인을 비롯한 출퇴근 지옥 현장,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영세기업, 난개발 현장, 미분양 현장….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상가거리라도 나가 빈 점포를 세어가며 수첩에 바를 정(正)자라도 적어 나갔어야 하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어 대통령이 나라 진로의 큰 방향을 바꾸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어도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보완해야할 빈 구멍,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좌파들은 그 허점을 노려 왜곡 선동을 일삼는다. 이때 빈 곳을 살피고 오해를 풀어주고 아빠에게 잔소리하는 엄마의 역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체기술력 향상에 따른 부품 기술 자급, 중국민들의 자국산 선호 등 복합적 이유로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좌파들은 이를 오로지 한미동맹과 탈중국 정책 때문으로 몰아간다. 중간에 낀 기업들은 아무 말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럴 때 여당이 간담회도 열고 대체시장 세미나도 열며 소통할 생각을 왜 안할까.
경제를 살릴 첩경은 규제 완화인데 국무총리, 대통령실장 등 요직을 모피아 출신들이 독점한 관료공화국에서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 여당 대표가 총리, 기재부 장관을 앞에 두고 “내가 OO에 가보니 이런 이런 하소연이 하늘을 찌르더라. 대통령은 그렇게 규제 완화를 외치는데 당신들은 뭐 하고 있느냐“고 호통쳐보라. 그게 정권에 마이너스가 되겠는가.
조용한 게 최고가 아니다. 민주당은 천박하고 부패한 속살을 드러낸 채 진흙구덩이에서 싸움박질하고 있지만 저러다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총선 때도 지금의 민주당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 정권이 심어놓은 사람들이 행정 공영언론 문화 교육 등 제도권 곳곳에서 버티며 사보타주하고 있고, 범좌파 진영 차원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이익연대 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반면 여권은 “우리 대통령 외교 잘한다” 박수만 치며 잔치 끝난 뒤의 고요를 즐기고 있다. 민주당에서 아무리 악재가 잇따라도 이탈표를 흡수할 매력요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도 논리적으로는 안다. 경제난이나 저출산 연금 같은 구조적 문제가 윤석열 때문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원망은 현재 권력에 향한다. 반면 대통령과 여당이 민생의 고충을 나누겠다며 북적거리고 돌아다니면 국민은 “그래도 우리 먹여 살릴 놈은 이놈들밖에 없다”며 힘을 실어주게 마련이다. 국민은 다 보고 있다. 큰 뉴스만 보는게 아니다.
지금 국힘은 관료 조직처럼 돼버렸다. 초선 의원이 54.8%로 절반이 넘는데 소장파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나경원, 안철수가 배신자로 찍히는걸 보면서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란 생각이 퍼졌다. 공포의 간접체험 효과다. 의원들을 만나보면 관심사는 오로지 다음 공천이다. 누가 실세냐. 누가 용산과 친하냐만 수소문하고 다닌다.
논쟁과 토론, 상호 견제가 많아야 생명력이 생긴다. 그게 민주주의다. 동종교배는 조직의 생명력을 뺏는다. 식구끼리에 젖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이재명 대표의 혁신위원장 인선 참사다. 상식을 가진 국민 99%가 어이없어할 시대착오적 인물이 이 대표와 주변 식구들 사이에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해찬 사무실 경비’로 매달 3000만 원씩 2년간 전달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도 배달 사고든 실제 전달됐든, 식구끼리 사고에 젖은 사람들의 해이한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 자기들끼리에 얼마나 익숙해졌으면 그런 돈 거래의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했을까. 남김없이 실체를 밝혀야 할 중차대한 의혹이다.
당은 민심이 모이고 전달하는 곳이다. 그 역할을 포기하면 끝난다. 침묵이 체질화된 정당이 어떻게 국민과 호흡하고 국민의 불만을 수렴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실도 이런 당의 모습을 원한 건 아닐 것이다.
여당이 조용하고 일사불란하다 해서 민생도 잔잔한 바다인 것은 아니다. 참모나 장관들은 쓴소리를 할 용기가 없다고 쳐도 당은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민의를 전달하는게 당의 존재 이유 아닌가. 여당에서 쓴소리가 사라지면 대통령이 퇴임 후 다 뒤집어쓴다. 당장 편한게 좋다고 편하게만 해주면 서로를 망치는 거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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