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다시 취업 안 하겠다”… ‘번아웃 청년’ 29만 명
정임수 논설위원 2023. 6. 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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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세 번의 고독기가 찾아온다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을 뚫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한 뒤 다시 취직할 생각도 않는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짧은 직장생활과 오랜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쳐 무기력해진 '번아웃 청년'이라고 지칭할 만하다.
한국의 번아웃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전방위 노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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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세 번의 고독기가 찾아온다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죽음이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80대, 체력과 수입이 함께 꺾이는 50대, 그리고 뜻밖의 시기가 20대다. 인생의 봄날 같은 20대에 취업과 진로, 결혼 같은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청춘인데, 한국의 청년들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비관과 좌절, 분노를 일상으로 품고 지낸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가 니트(NEET)족 청년 39만 명이다. 지난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15∼29세 청년 백수들이 국내에 이만큼 된다는 얘기다. 이들은 구직 활동도 포기하고 그냥 쉬고 있어 실업자에도 잡히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니트족이 증가했다지만, 한국의 니트족 비율은 북유럽 국가의 7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니트족 39만 명 가운데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29만2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을 뚫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한 뒤 다시 취직할 생각도 않는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일을 그만둔 뒤 1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청년도 6만 명에 육박한다. 짧은 직장생활과 오랜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쳐 무기력해진 ‘번아웃 청년’이라고 지칭할 만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번아웃 청년’들은 “취업 준비만 3년 했지만 입사한 중소기업은 힘들고 나와 맞지 않았다”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신입 생활에 지쳤다”고 호소했다. 무기력한 청년들이 쌓이는 것은 그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빈약한 탓이 크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지만, 이에 걸맞은 질 좋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얼마 전 현대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공채에 수만 명이 몰려 채용 사이트가 마비된 건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기대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준다.
▷이런 청년들에게 ‘의지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라거나 ‘계속해서 걸어가라’ 같은 자기계발서식 조언을 하는 건 번아웃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 초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들이 집에 틀어박히면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이들이 현재 60만 명이 넘는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번아웃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전방위 노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청년들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구직 대열에서 이탈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가 니트(NEET)족 청년 39만 명이다. 지난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15∼29세 청년 백수들이 국내에 이만큼 된다는 얘기다. 이들은 구직 활동도 포기하고 그냥 쉬고 있어 실업자에도 잡히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니트족이 증가했다지만, 한국의 니트족 비율은 북유럽 국가의 7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니트족 39만 명 가운데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29만2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을 뚫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한 뒤 다시 취직할 생각도 않는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일을 그만둔 뒤 1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청년도 6만 명에 육박한다. 짧은 직장생활과 오랜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쳐 무기력해진 ‘번아웃 청년’이라고 지칭할 만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번아웃 청년’들은 “취업 준비만 3년 했지만 입사한 중소기업은 힘들고 나와 맞지 않았다”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신입 생활에 지쳤다”고 호소했다. 무기력한 청년들이 쌓이는 것은 그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빈약한 탓이 크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지만, 이에 걸맞은 질 좋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얼마 전 현대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공채에 수만 명이 몰려 채용 사이트가 마비된 건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기대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준다.
▷이런 청년들에게 ‘의지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라거나 ‘계속해서 걸어가라’ 같은 자기계발서식 조언을 하는 건 번아웃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 초 취업 적기를 놓친 청년들이 집에 틀어박히면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이들이 현재 60만 명이 넘는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번아웃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전방위 노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청년들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구직 대열에서 이탈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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