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선처”… 새벽 길거리서 40대女에 날아차기 한 10대들 ‘집행유예’

보복폭행·절도 등 혐의 인정된 2명엔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집행유예 2년"...폭행 장면 SNS에 유포한 10대도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이들 10대는 여러 차례 소년보호 처분 받았지만 자숙하지 않고 재범
보호관찰도 명령한 재판부 “미성숙한 충동·기질로 범행,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부모가 계도 다짐한 점 등 고려”

새벽 길거리에서 40대 여성 행인을 무차별 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들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동한)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16)군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B(15)군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군과 B군의 폭행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C(15)양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B군은 지난해 12월 새벽 대구 서구 내당동의 골목길에서 40대 여성 행인이 ‘담배 피우지 마라’고 훈계하자 갑자기 그를 향해 ‘날아차기’를 하는 등 마구 폭행했다.

이들은 피해 여성이 112에 신고하자 다시 찾아와 보복 폭행까지 했다. C양은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찍어주겠다며 폭행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C양이 올린 영상에는 ‘킥킥’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피해 여성에게 신발을 던진 뒤 태권도를 하듯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다.

바닥에 고꾸라진 여성이 다시 일어나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여성의 머리를 다시 발로 가격하기도 한다.

이들은 범행 후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사실이 확인돼 절도 혐의도 추가됐다. 또한 이들은 다른 범죄로 여러 차례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지만 자숙하지 않고 재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와 목적, 전후 상황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사회적으로도 큰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었다”면서 “사회 기본 질서를 흔드는 행위를 엄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시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다만 “범행 당시 피고인들이 만 14~15세에 불과한 청소년으로 미성숙한 충동과 기질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부모들이 계도를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했다”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