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CEO를 트럼프가 잘랐다?...“거짓말 할 기회” 역풍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6. 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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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거짓말 할 기회만 줬다”
경영 실적 악화에 비판 겹치자 입지 좁아져
[AP=연합뉴스]
CNN의 크리스 릭트 최고경영자(CEO)가 전면 퇴진했다. CNN의 경영 실적이 갈수록 후퇴한데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초대해 거짓말을 할 기회만 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7일(현지 시각) CNN 모기업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는 성명을 통해 “CNN을 이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쏟아부었다”고 설명했다. 릭트 CEO의 퇴진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린 메시지다. 릭트 CEO의 퇴진으로 CNN은 임원 4명이 당분간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모기업인 워너브라더스는 새 CEO 찾기에 나선 상태다.

릭트 CEO는 작년 4월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한 뒤 CEO로 선임됐다. 그는 올 5월 미국 주요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를 주도해 주목 받았다. 황금 시간대에 편성한 타운홀 행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CNN 사회자인 케이틀란 콜린스간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는 조작됐다”고 외쳤으며, ‘백악관 기밀 문서를 빼돌린 이유’를 묻는 말에는 “당신은 못된 사람”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생방송을 통해 거짓말을 확대할 기회를 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 370만명 시청자수도 비교됐다. 2020년 NBC 방송이 트럼프를 초대했을 당시 시청자수가 1090만에 달했다.

하지만 릭트 CEO는 당시 직원을 상대로 “답변을 듣고 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면서 “트럼프를 취재하는 일은 지저분하고 까다롭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다 알고 있으나, 그것은 우리 업무”라고 반박했다. 이에 기자들은 반발했고 해당 내용은 미국 잡지인 ‘디 애틀랜틱’에 보도됐다. 이후 릭트 CEO는 기자들을 상대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기업은 그를 퇴진시켰다.

릭트 CEO는 MSNBC와 CBS의 총괄 프로듀서를 역임하면서 수많은 방송 스타를 길러내 CNN을 살릴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에 케이블 TV 방송을 살리는 것은 어려웠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트에 따르면, CNN 시청자는 2020년 8500만 명에서 올해 7000만 명으로 줄었고, 광고 수익은 5억 6300만 달러로 33%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릭트 CEO는 앵커에게 ‘객관적으로 평가하라’고 말했고 ‘속보’ 자막을 덜 달라고 종용했다”면서도 “하지만 케이블 TV 가입자수가 중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CNN 시청률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 서부 지역 대표적 신문사인 LA타임스가 뉴스룸 직원 74명을 해고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에 해고되는 74명은 뉴스룸 전체 직원의 약 13%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번 해고에서 기자 직종은 대부분 자리가 유지되지만, 일부 사진기자와 편집자, 제작 지원 인력 등이 감원된다. 이 발표에 LA타임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번 해고 대상자에는 노조원 57명이 포함돼 있다. 이 신문은 이번 정리해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자사 매출이 2020년 초까지 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광고 수익이 대폭 줄었고 디지털 구독자 수도 55만명 수준에서 정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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