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희생양 된 기분, 여전히 LIV 싫다”

민학수 기자 입력 2023. 6. 8. 22:01 수정 2023. 6. 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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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선수들 간담회서 합병에 반발
로리 매킬로이가 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오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를 비난해온 그는 갑작스러운 합병 소식에 대해 “결국 중요한 건 돈이었다”라며 허탈해했다./The Canadian Press /AP 연합뉴스

“합병은 미친 짓” “제이 모너핸 당신은 위선자” “당연히 사임해야”…. 격앙된 분위기 속에 PGA 투어 선수들의 날 선 발언이 이어지자,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는 난감한 표정으로 “골프의 빅 픽처(큰 그림)를 보자. 크게 생각하자. 위선자라고 부르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그때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을 이어갔다.

8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캐나다오픈 개막을 앞두고 모너핸 커미셔너는 선수들과 1시간 15분간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156명 출전 선수 대부분이 모였다. 간담회의 ‘적대적’ 분위기를 전한 베테랑 제프 오길비(46·호주)는 “90% 가까운 선수가 LIV와 합병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전날 PGA투어와 DP월드투어, 그리고 LIV 골프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가 전격 합병을 선언한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골프계 대통합 선언이 오히려 골프계를 더 큰 혼란과 의문, 갈등 속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PGA 전통을 돈과 바꿀 수 없다”며 LIV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모너핸 커미셔너에게 동조했던 선수들은 하루아침에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된 허탈감을 토로했다. LIV를 지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PGA에 대한 충성심으로 남아 있는 모든 골프 선수는 나중에 PGA가 LIV에 합병되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선수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단지 PGA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만 받을 뿐”이라고 예언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셈이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LIV 제안을 거부했던 선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책을 만들겠다”면서도 “보상 기준과 대상을 어떻게 할지는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 선수는 “그보다는 모너핸이 사임해야 한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제이 모너핸(오른쪽) PGA투어 커미셔너와 야시르 알-루마얀 PIF 총재 가 7일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PGA 투어 와 LIV 골프 합병 선언배경을 설명하고 있다./CNBC 유튜브 캡처

이날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내가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타이거 우즈(48·미국)와 함께 적극적으로 PGA를 대변하고, LIV와 가담 선수들에게 날이 선 비판을 해온 ‘PGA파’ 선봉장이었다. 그는 “합병 발표가 있기 불과 몇 시간 전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나는 여전히 LIV를 싫어하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새로운 단체가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 합병 단체에 대한 독점적 투자를 맡게 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의 야시르 알-루마얀 총재는 “새로운 공동 영리 법인 운영에 앞으로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PGA가 LIV의 막대한 자금 공세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출혈 지출을 감당할 수 없자 합병을 선택한 것이란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원래 스포츠의 본질은 스포츠라 쓰고 돈이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먼저 선수들이 포함된 PGA 투어 정책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내부 조율이 잘 되더라도 골프 거대 단체들의 통합이 반독점 조항에 어긋날 경우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상위원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합병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중국 쪽에 기우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달래기 위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골프 선물’을 안겼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도 양쪽으로 갈렸다.

미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 의원(민주·오리건)은 “합병으로 사우디가 미국 부동산에 대한 부당한 접근이 가능해지는 게 아닌지 조사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외국인의 투자나 미국 내 부동산 구매가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거래를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9·11 테러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정권에 비판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하는 등 인권침해를 저지른 독재 국가라고 비판하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반면 공화당에선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다. 뉴욕타임스는 “세 단체 합의가 성사될 경우 세계 골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살만의 엄청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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