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들었더니…회사는 문을 닫았다

백경열 기자 2023. 6. 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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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조양·한울 노동자, 부침 겪다 작년 금속노조 최종 가입
이후 회사에선 교섭 불참·운영 중단 공문 전송 등 부당 행위
사측 “공장 이전에 반발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위협” 주장
민주노총 조양한울분회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대구 달성군 한울기공 사업장 앞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부 제공

대구의 한 작은 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등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사측은 ‘직장폐쇄’를 강행하는 등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8일 민주노총 대구지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구 달성군의 한 농기계 기어펌프 제조회사 ‘조양’과 자회사 ‘한울기공’ 소속 노동자 24명은 지난달 2일부터 매일 아침 회사 앞에서 선전전을 통해 직장폐쇄의 부당함 등을 알리고 있다. 조양·한울기공은 전 직원이 29명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다.

조양·한울기공 사측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지난달 3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당시 회사는 공고문을 통해 “(민주노총) 조양한울분회의 쟁의 행위로 인해 사업 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손해가 발생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측은 쟁의행위 종료 시까지 직장폐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파업으로 현재 공장은 이곳 대표이사와 가족, 비조합원 등으로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회사 내에 있는 사무실과 지방노동청 등을 오가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2018년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사측이 금속노조 탈퇴를 유도해 이듬해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를 세웠다. 이후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금속노조에 재가입하자 사측이 임금협약 교섭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조양한울분회 설명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2월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1차 단체교섭부터 대표이사가 불참하는 등의 방식으로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 단체교섭이 결렬된 후에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앞서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 앞에서 조양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 수사와 직장폐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은 “대표이사가 금속노조 탈퇴를 부추기는 등 부당 노동행위를 일삼았다”며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폐업도 불사하겠다는 등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양·한울기공 사측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규정한 직장폐쇄의 요건을 어겼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노동자 쟁의행위에 대응해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카드를 ‘방어적’으로 꺼내 들어야 하지만, 이번 사례는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파업 전 협력업체 등에 직장폐쇄나 사업운영 중단이 예상된다는 공문을 보낸 점, 쟁의행위가 시작된 직후 직장폐쇄를 강행한 점, 쟁의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임금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는다.

손기백 민주노총 조양한울분회장은 “사측이 워낙 강경한 입장인 데다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임금을 못 받는 기간이 길어지면 (파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지만 우선은 사측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공장 이전 움직임 등에 반발하고 불법 행위로 고소·고발된 일부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파업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측 관계자는 “노동자 일부가 회사의 중요한 자료를 고의로 삭제하는 등 범법 행위를 벌인 게 확인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고소·고발 건 취하를 목적으로 벌인 부당한 파업”이라고 말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노동계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현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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