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 논·구술 35.7%, 교육과정 벗어나”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3학년도 문제 분석 결과
15개 대학 185문항 중 ‘대학 과정 포함된 내용’ 26문항 달해
평가 공정성 훼손…“위반 대학 재정지원 자격 박탈 등 징계를”
지난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대입 논·구술전형에 나온 수학 문제 3문제 중 1문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학별고사도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해야 한다는 선행교육규제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2023학년도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자연계열 대학별고사(논·구술전형) 수학문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경희대를 제외한 14개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를 냈다.
분석 대상은 지난 3월 발표된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수록된 논·구술전형의 자연계열 수학 문제다. 고등학교 교사 17명과 교육과정 전문가 2명이 분석에 참여했다.
분석 결과 총 185문제 중 66문제(35.7%)가 고교 교육과정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분석한 2021학년도(12.6%), 2022학년도(18.9%)보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늘었다.
숙명여대(83.3%), 연세대(80%), 서울대(76.9%), 이화여대(70.0%)의 대학별고사 문항은 70% 이상이 고교 수준 밖에서 나왔다.
교육과정을 이탈했다고 판정한 문제 중 21개(31.8%)는 교육과정에 명시된 사항을 벗어났고 19개(28.8%)는 교육과정에 아예 없는 내용이 출제됐다. 고등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세 번 합성한 함수의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 문제가 출제됐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빠진 계차수열의 개념을 알아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대학 과정이 포함된 문제도 26개(39.4%)나 됐다. 대학에서 배우는 ‘측도’와 관련된 개념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 대학 교재인 ‘정수론’에서 다루는 내용 등이 등장한 문제도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학별고사를 출제하는 교수들에게 대학 과정의 내용이 더 친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대학 과정 문제가 출제되는 것은 학교 교육과정을 신뢰하고 공부해 온 학생들에게 배신감과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고 평가의 공정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 대상인 15개 대학은 2024학년도 모집인원의 15% 정도를 논·구술고사로 선발한다. 대학별고사의 영향력이 상당한 상태에서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하기 어려워지면 학생들은 사교육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규제법)은 정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낸 대학에 총 입학정원의 10% 이내 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위반 대학이 제재를 받은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 이탈 문제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선행교육규제법을 위반한 대학에 대해 교육부가 모집정지와 재정지원 사업 자격 박탈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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