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모자란 학교가 부끄럽다”…‘청소트럭 사망’ 대학생 추모 물결

김세훈 기자 2023. 6. 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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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간이분향소 설치
“학교에 위험 알렸지만 묵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간이분향소가 마련됐다. 교내에서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난 대학생 양모씨(21)를 추모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설치한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추모공간에는 재학생 7명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었다. 벽에 붙은 메시지에는 “학과 선배로서 같이 밥 한번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못 사줘서 미안하고 슬프다” “안전이 모자란 학교가 부끄럽다” 등 내용이 적혔다. 테이블 위로 학생들이 가져온 흰색 조화가 쌓였다.

양씨와 같은 학과 학생회 소속 A씨는 “뇌사 소식을 알게 된 후 과 학생회 차원에서 작게나마 추모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해 사고 현장에 꽃과 테이블을 가져다 놓았다”며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곳을 방문한 20학번 재학생 이모씨(24)는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며 “코로나 때문에 대면 대학 생활도 제대로 못해보다가 올해서야 캠퍼스 생활을 해보나 싶을 때쯤 사고를 당한 것이 학교 선배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5일 오전 9시쯤 동덕여대 캠퍼스 내 비탈길에서 쓰레기 수거용 트럭이 통학하던 양씨를 덮쳤다. 양씨는 사고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유가족들은 생전 양씨의 의사에 따라 장기기증을 하려 했으나, 6일 오후 7시20분쯤 양씨가 사망해 무산됐다. 경찰은 트럭을 운전하던 80대 청소노동자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학생들은 여러 차례 학교에 사고 위험을 알렸지만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재학생 송모씨(24)는 “언덕이 가파르고 청소용 트럭이 자주 오가다 보니 위험하다고 생각해 차를 피해 다녔다”며 “학생과 교수님들이 몇년 전부터 쓰레기장 이전을 학교 측에 건의했는데 학교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데는 학교 측 책임이 크다”고 했다.

양씨의 큰아버지는 “현장을 가봤더니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급한데도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학교는 사고 이후에도 현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학교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향후 전동차 등 다른 쓰레기 운반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의 분리 등 안전망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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