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의 악몽, 그 후…“반지하엔 여전히 사람이 삽니다”

이희연 2023. 6. 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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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가오는 장마철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KBS가 준비한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기록적 폭우가 왔던 지난해 8월 서울 신림동에서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3명이 숨졌습니다.

이후 열 달이 지났지만 침수 방지 시설이 제대로 설치된 반지하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희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년 전 두 자녀와 반지하 집에 들어온 김 모 씨.

지난해 폭우가 내리면서 하수구가 역류해 집안이 오수로 가득찼습니다.

지난달 구청 지원으로 역류 방지 밸브를 설치하긴 했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장마철이 두렵습니다.

[김 모 씨/서울 송파구 : "저게 잘 작동을 해주면 좋은 건데,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거나 하면 (아직도) 깜짝깜짝 놀라요."]

그래도 김 씨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이 반지하 주택은 폭우 때 산사태로 흙이 집안까지 밀려들어왔지만 물막이판 설치도 안 돼 있습니다.

뒷산에선 여전히 보수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김 모 씨/서울 관악구 : "따로 (구청) 연락 받아서 설치하거나 이런 건 없어요. 비 오고 이러면 또 내려오는 거 아닌가..."]

지난해 폭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반지하 주택가를 찾아 대비 상황을 직접 점검해봤습니다.

빗물받이는 덮개를 얹어놔 갑작스런 폭우에 대비할 수 없고, 탈출구로 쓸 수 있는 개폐식 방범창도 없습니다.

빗물을 막는 차수판도 없거나, 있어도 엉성한 수준입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차수판 잘못 설치하셨어요. 이렇게 되는 경우는 이미 물이 계단 밑으로 오는 그런 상황이라면 사실상 설치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난해 서울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건 1만 9천여 가구, 하지만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된 건 이 중 3분의 1도 안되는 6천 가구 뿐입니다.

서울시가 이달 말까지 추가 설치 목표치를 모두 채운다 해도, 대상의 60%밖에 안됩니다.

[서울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세입자 동의도 받고 집주인 동의도 받고 그 과정들이 조금 시간이 좀 걸려요. 연락하면 안 되는 경우도..."]

피해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면, 대피책이라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류상희/사회복지사/초록우산 어린이재단 : "이주하거나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조차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임시적으로 지원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매뉴얼들이 조금 더 촘촘하게..."]

전국의 반지하 가구는 32만, 이 중 20만 가구가 서울에 있습니다.

올해 장마철에도 반지하에서 불안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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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기자 (h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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