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바둑이” 일제 때 멸종된 토종 삽살개 복원
8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생명과학관. 건국대 KU융합과학기술원 박찬규 교수 연구팀이 6살배기 삽살개 ‘대박이’를 데리고 나왔다. 일반적인 삽살개는 복슬복슬한 털이 특징인데, 대박이는 털이 짧고 밤색 무늬 얼룩이 많았다. 멸종했던 토종 삽살개 ‘바둑이’를 연구진이 유전자 기술로 복원해낸 것이다.
우리나라에 공인된 토종견은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 세 품종이다. 바둑이는 삽살개의 일종인데, 몸에 얼룩 무늬가 있고 털이 짧은 게 특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둑이는 신라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 자료에 등장하는 건 조선 때부터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유입된 외래종과 섞여 순수 혈통이 사라졌다. 1940년대에 일제의 군수물자 공급 때문에 조선의 토종견들이 대량 학살된 면도 있다. 일제는 개의 모피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바둑이를 복원하는 것은 물론 품종화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한다. 박찬규 교수는 “이전에도 체세포 복제와 인공 수정으로 바둑이 한두 마리를 복제해낸 적은 있지만, 완전한 순수 혈통은 아니었다”며 “이제는 바둑이끼리 교배하면 순수 바둑이가 나올 수준으로 유전적 형질이 고정됐다”고 했다. 게놈 기술을 활용해 순수혈통이 아닌 바둑이를 선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렇게 복원된 바둑이들은 40~50마리 정도 된다.
연구팀은 이날 한반도 토종견들의 기원도 발표했다. 한반도 토종견인 삽살개는 북방 유목 민족을 따라 한반도에 정착했다. 현존하는 개 중에는 티베트 마스티프, 시베리안허스키와 촌수가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진돗개와 동경이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 지역의 농경민족을 따라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베트남 토종개, 뉴기니 싱잉독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개들은 2000~1만년 전 사이에 한반도로 이동해왔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대 개와 늑대, 아시아·유럽의 211마리 갯과 동물 전체 게놈 염기서열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고대 인간 집단의 이동로를 유추하는 데 개의 혈통 연구가 중요한 보조 수단”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개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민족적, 인종학적 정체성 이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8일 국제저널 ‘i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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