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사 "미국 승리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

2023. 6. 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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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공급망 등 尹정부 외교전략에 작심 항의…야당과 日오염수 공동대응키로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만찬 회동을 갖고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도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런데 싱 대사는 대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을 겨냥해 "한국이 외부 요소(미국)의 방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핵심 이익 대만 문제를 존중해 달라"는 등 작심 발언을 내놨다. 전날 대통령실이 미·일 측에 기운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서'를 발표한 직후의 일이었다. (☞관련 기사 : 尹대통령 "전쟁 회피 평화 아닌, 안보 바탕 평화 구축할 것")

이 대표는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 중국대사 관저에서 싱 대사와 만나 "우리 대한민국 입장에서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이 되면서 경제가 매우 많은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며 "싱하이밍 대사와 중국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중국과 대한민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30년이 된다. 최근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는데 최근의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들이 한중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국내 기업들, 수출 기업 그리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 현지 교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또 "최근 북한의 핵 개발,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 정부 역시 한반도 평화 안정이라는 대원칙에 공감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의 정착, 지역 안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최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 때문에 주변국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또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중 수교 이후 양국간 신뢰와 존중이 높게 형성돼 있다 최근 많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신뢰 회복이 확산되도록 좀 더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싱하이밍 대사는 한중관계 악화와 관련해 "현재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는데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한국의 핵심 관심사항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도 중국의 핵심 관심사항을 존중해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중의 핵심이고 중한 관계의 기초"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와 한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문제처럼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한 데 대한 항의성 발언으로 읽힌다.

싱 대사는 "(한중) 수교할 때 한국도 이에 대해서 중국에 엄숙한 약속이 있었다. 중한 양국 미래의 발전은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에 한국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시고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하게 존중해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 대표가 언급한 대중 무역 적자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는 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서의 '일각'은 문맥상 미국으로도, 한국 정부로도 해석된다. 

그는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조정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중국 경제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 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사실상 미국이 한중관계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지만, 이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역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수위 높은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중국 국민들이 일치 단결해서 시진핑 주석 지도 하에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런 결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한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인식, 정신과 양국 관계의 안전 그리고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당에서 해주시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거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수질은 인체에 해가 없어 방류는 정당하다'고 밝히고 해양 방류를 원전 오염수 처리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삼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다시 입증됐다. 최근 조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항만서 잡은 어류에서 방사성 원소 세슘이 기준치를 초과해 일본법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신의 집 하수도로 삼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라며 "일본은 곧 정식으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한다. 한국과도 이런 면에서 잘 협력하고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고 떼려야 뗼 수 없는 동반자"라며 한중 우호를 강조하면서도 "근대 이후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서 중한 양국 국민은 한마음으로 함꼐 공동의 적을 대항하며 어려움 속에서 서로를 도왔고 힘을 합쳐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이뤘다"는 근현대사를 언급하기도 헀다. 

싱 대사는 아울러 "현재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은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며 조속히 쌍중단을 다시 추진하고 정세 완화, 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그는"중국은 한반도 평화 안정과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남북한 양측이 대화를 통해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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