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박인터뷰] 표창원 "정유정 추가 범죄 땐 허술함 보완해 더 치밀했을 것 분명"

전용우 기자 2023. 6. 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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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내다 버린 정유정(23살).

택시기사의 신속한 신고가 없었다면 사건은 어떻게 전개됐을까요.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소장(범죄과학연구소)은 JTBC [담박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지인들이 실종을 확인하고 뒤늦게 나섰다면 과연 해결할 수 있었을까?"라며 "프로파일링이나 수사 측면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단히 커다란 숙제를 던진 사건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제때 체포하지 않았다면 추가 범행 가능성도 우려하며 "정유정이 첫 번째 범행에서의 부족함이나 허술함을 보완해 더 치밀한 범행이 되었을 가능성은 분명하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사이코패스 특성상 범행 후 복기 과정을 통해 실수를 찾아내 더 완벽한 범행을 준비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 검사 결과를 유영철 등 연쇄살인범들의 점수와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실생활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질과 잔혹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성정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사이코패스는 후천적으로 '갱생' 가능할까요.

표 소장은 미국의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의 실례를 들어 "어린 시절부터 평생에 걸친 극진한 사랑과 관심, 교정 등이 계속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표창원 소장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일시 - 2023. 6. 7

▷사이코패스 지수…바이러스 검사처럼 단순히 수치로만 봐서는 안돼
▷정유정 나이 어리고 범행 대상 물색 방법 과거와 달라…커다란 숙제 던진 사건
▷추가 범행은 잔혹성보다는 허술함 보완한 치밀한 범행됐을 것
▷사이코패스 성향 지수 결과…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어
▷사이코패스 갱생 가능성?…평생에 걸친 가족의 극진한 애정 필수

인터뷰 전문

Q 사이코패스 성향 검사에서 정유정은 40점 만점에 28점이 나왔다고 합니다. 선행 사례를 볼 때 정유정 점수는 얼마나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야 됩니까

A "참고로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바이러스가 검출되거나 수치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은 그런 결과로 보시면 안 되고 다만 수사에 참고하고 양형의 기준으로 삼거나 또는 재범 위험성 평가에 참고로 사용하는 정도다. 그리고 나중에 정신의학 전문의에 의해서 더 심층 평가가 이뤄질 겁니다. 그래서 그 전 단계라고 보셔야 합니다."

Q 사이코패스 검사 질문지는 굵직하게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까
A "두 가지 영역으로 하나는 선천적인 영역 또 하나는 후천적이고 행동적인 습관과 이후에 형성된 영역 이렇게 나뉘어 있는데요. 얼마나 반사회적인가 얼마나 기생적 생활을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규범이나 문화 등에 대해 따라 하지 않고 어기는 생활을 해오고 있는가, 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가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 나눠서 평가를 하죠."


Q 정유정 사이코패스 지수 28점…다른 잔혹 범죄자와 비교해보면
A "그렇겠죠. 그런데 이 검사는 범죄 양상이나 범죄에서 행한 행동만 보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가 살아온 전생에 걸쳐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을 보는 것이다 보니까 범죄에서 드러난 양상만 보자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의 범행이 더 잔혹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신이 발견되면 바로 자기에게 수사망이 죄올 테니까 밤새워 시신을 훼손한다든지 때로는 청소년 범죄에 있어서도 시신의 피를 다 뺀 적도 있었어요. 그건 그들이 사이코패스여서라기보다 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죠."


Q "25점 이상 사이코패스"…일반인과 10점 차이뿐인데요
A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죠. 우선 범죄를 저질렀는지 유무 그것도 있고요. 그 다음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그것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와 아예 자기가 잘못하고 있는지 여부 자체를 모르고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개의치 않는 경우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점수 차는 대단히 현격하다고 봐야죠."


Q '정유정 사건' 주목할 부분은
A "피해자와 어떤 원한이나 치정, 금품 등이 얽혀 있다거나 동기가 이해할 만하다면 사이코패스로 보기는 좀 어렵죠. 그런데 정유정은 전혀 피해자를 살인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도 할 수 없는 입장이고 또 하나는 이 살인을 통해서 얻는 게 무엇이냐 말이죠. 그렇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뭔가 더 있는 거 아니야, 이 범행을 통해서 노리고 있거나 얻는 게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던지시는 것이죠. 그가 어떤 합리적인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범행을 한 것이 아니다는 그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부분이죠."


Q 정유정의 케이스는 범죄 프로파일링에서 수사하는 데 새로운 유형의 인물로 분류될 수 있습니까
A "새로운 유형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지만 왜냐하면 과거에도 전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이유, 예를 들자면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이런 범죄자들도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요. 피해자에게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 자기가 얻는 금전적 이득이 있었던 것도 아니란 말이죠. 그렇다 보니까 정유정이 새로운 유형이다 이렇게 하기는 좀 어려운데 문제는 나이가 대단히 어린 그리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방법 자체도 과거와는 좀 달라졌고 만약에 택시 기사의 용기 있는 신고가 아니었다면..., 지인들이 현장을 보고 피해자의 실종을 확인하고 뒤늦게 나섰다면 과연 해결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보자면 프로파일링이나 수사 측면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단히 커다란 숙제가 던져진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죠."


Q 정유정 사건 미궁에 빠졌다면 추가 범죄 개연성은
A "심각하다는 의미를 어떻게 정의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첫 범행에서 보였던 허술함이 있지 않습니까. 범행 도구의 준비라든지 이동 간에 보였던 허술함 이런 것들을 그다음 범행에서는 안 보였을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범행 자체가 잔혹해진다기보다 첫 번째 범행에서의 부족함이나 허술함을 보완한 더 치밀한 범행이 되었을 가능성은 분명합니다."


Q 시행착오를 겪으며 범행이 더 고도화하나
A "사이코패스가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것이 만약에 자기 내면의 욕구 혹은 충동 때문일 경우는 한 건으로 그칠 가능성은 거의 없죠. 그리고 처음 범행을 저질렀을 때 자신의 범행을 복기하거든요. 되돌아보면서 무엇이 부족했나 크게 두 가지죠. 하나는 범죄로 인해서 자기가 얻고 싶어 했던 만족이나 쾌감, 성취감 혹은 분노의 해소 이것이 충분치 못했다라고 판단된다면 그걸 더 충족하기 위해 도구를 준비하거나 범행을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요. 또 다른 측면은 하마터면 검거될 뻔했다 증거를 남겼다 실수했다 이런 것을 발견한다면 그것보다 더 완벽한 범행을 저지르려고 준비하는 이런 특징을 보이죠."


Q 실생활에서 사이코패스 특성은
A "가장 대표적인 것은 냉담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고요. 극단적으로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요.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아픔 이런 것들을 공감할 줄 모른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사이코패스의 특징이죠."


Q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성정은
A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반사회성이거든요. 일반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있더라도 윤리 도덕에 법에 어긋난다거나 이러면 참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인데 사이코패스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행하다 보니까 범죄를 행할 경우 어떤 경계선이라고 할까요, 멈추는 지점이 거의 없죠. 그래서 잔혹성에 있어서도 자신의 범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상당히 극단적인 잔혹성 이런 걸 보이는 경우들도 꽤 많이 발생합니다."


Q 정유정 '사이코패스' 평가 지수 드러나…어떻게 봐야하나
A "공개를 일부러 하지는 않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다만 워낙 국민적 관심사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의 취재가 대단히 열기가 뜨겁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뭐라 그럴까 유출이라고 그럴까 어쨌든 알려지게 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고요. 다만 가급적이면 알려지지 않는 게 좋죠."


Q 수사 과정이나 공소 유지 과정에서는 필요할 수 있는데 사전에 잔혹범인으로서 그 사람의 상태가 드러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
A "사실 미국이나 유럽 같았으면 이렇게 유출됐으면 당연히 피고인 측에서 법정에 이의제기를 할 테고요. 무죄 추정의 원칙 훼손이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훼손됐다 이렇게 나설 여지가 있기 때문에 굳이 이런 것들이 공개될 필요는 없습니다."


Q 사이코패스 후천적 환경에서 '갱생' 가능성은
A "사례가 있죠. 제임스 팰런이라는 미국의 (뇌)정신의학자는 자기 본인 스스로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뇌자기공명 영상 촬영을 통해서도 그렇고 자기 가계 조사를 통해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전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그건 '어머니와 할머니의 극진한 어린 시절부터의 사랑 때문이다'고 본인이 토로하고 있고요.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후천적으로 교화 개선은 가능한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고 어린 시절부터 평생에 걸친 극진한 사랑과 애정, 관심과 교정 수정 이런 것들이 계속 이어져야 가능한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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