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부장판사님의 수상한 모임…주선자는 경영컨설팅업자?

박영민,우한울 2023. 6.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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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 전해드릴 소식은,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들 사이 수상한 모임에 대한 단독 보도입니다.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서울고등법원 차문호 부장판사가 업계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나 접대를 받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차 부장판사는 얼마 전 차기 대법관 후보군에도 포함됐던 인물입니다.

탐사보도부 박영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2020년 1월 30일 저녁, 서울의 한 일식당에 기업 임원급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 등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자리 주선자가 자리 배치를 종이에 꼼꼼히 적어와서 그것대로 앉도록 해요."]

차문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초대됐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주선자가) '고등법원 부장, 차문호 부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차 부장이 '오늘 좋은 분들을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주민과 연회비 350만 원을 낸 특별 회원만 예약할 수 있는 고급 중식당입니다.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 "회원권이 없으면 워크인(입장)은 불가능하세요."]

저녁 코스요리 가격은 1인당 2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2020년 말 여기에서 기업인 2명과 고위직 세무공무원, 차 부장판사를 초대한 만찬이 열렸습니다.

비용은 한 기업 법인 카드로 냈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주선자가 저한테 '오늘은 계산을 해야겠다'고 해서 주선자 비서실장에게 기업 법인카드를 줬습니다."]

참석자들은 20여 일 뒤 골프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골프 모임 참석자/음성 대역 : "식사 자리에서 '이 멤버대로 골프를 치자' 그러면서 약속을 잡아서, 1월 26일 ○○골프장에 이렇게 4명이 골프를 치러 갔어요."]

정황과 증언 등으로 추정된 차 부장판사와 기업인들의 사적 모임은, 2020년 1년 남짓 기간에 일곱 차례.

여섯 번은 차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민사 16부에서 각종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시기입니다.

이에 대해 차 부장판사는, "기업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거나 부탁을 받은 적이 전혀 없고 재판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유대 관계를 가진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급 중식당에 간 기억은 나지 않고, 골프 비용은 직접 현금으로 냈다"고 해명했습니다.

업무와 무관한 사교였다고 해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변호사 : "법관은 공정성이나 청렴성을 의심받는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사실 그런 고액의 식사나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법관 등 공직자가 제3 자에게 받을 수 있는 접대 한도를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앵커]

이 모임을 KBS가 더 추적해봤더니, 차문호 판사가 초대된 일곱 차례 접대 자리를 모두 한 사람이 주선한 거로 확인됐습니다.

이 주선자의 접대 대상에는 당시 국무총리부터 전·현직 국회의원, 기업인까지 두루 있었습니다.

이어서 우한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2020년 1월 30일 만찬을 앞두고 차문호 부장판사를 비롯해 초대된 이들이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저희 회장님과 만찬 약속이 있다"며 일시와 장소, 내용을 소개합니다.

보낸 곳은 서울 강남에 있는 M그룹이라는 회사.

[M그룹 관계자 : "(그룹에서 주선하신 여러 만남들이 있더라고요. 여기 한○○ 회장님 안 계신가요?) ..."]

이 회사 회장은 48살 한 모 씨입니다.

취재 결과 한 씨는 차 부장판사를 초대한 모임 7차례 모두를 주선했습니다.

한 씨는 누구일까?

지금은 삭제된 회사 홈페이지에서 한 씨는, "기업인들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라고 밝혔습니다.

민간 기업에 자문을 하는 이른바 '경영 컨설팅'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한 씨는 차 부장판사 외에도 여러 고위 공직자들을 초대해 모임을 해왔습니다.

[한○○ 씨 지인/음성 대역 : "핵심 관리 인물도 몇백 명 있는데 거기는 골프도 하고 밥도 먹고 그런다고 하면서 자기 인맥을 과시했죠."]

한 씨가 주선한 모임 중 일부인 26차례의 시간과 장소, 참석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만찬과 골프 모임이 각각 13차례, 초대 인사는 모두 105명입니다.

국회의원과 정부 부처 공무원 등 전현직 공직자가 61명입니다.

국무총리부터 기초지방자치단체장까지 포함됐습니다.

모임 당시 정부 부처 현직 고위직이 12명,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 고위직도 10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금융기관 임원급이 36명입니다.

[모임 참석 국회의원 : "그냥 한 회장이 식사 한 번 하자. 그러면 가보면 또 누가 있고..."]

[모임 참석 전직 지방경찰청장 : "(접대는) 저도 모르는 내용이고... (누가 주선하거나 이런 사람도 없을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죄송해요."]

기업 컨설턴트를 자처한 한 씨가 힘 있는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의 모임을 왜 주선해왔는지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남근/변호사 : "설마 우리 회사에 그렇게 아주 불이익하거나 철저하게 하겠나 이런 기대를 갖게 이제 하게 되는데요. 그런 만남을 주선해주는 것 자체로도 이제 상당히 문제 해결을 해주는 것일 수가 있거든요."]

모임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한 씨는 답을 피하며 편파적 취재가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공직자들도 단순 사교였을 뿐이라고만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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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우한울 기자 (wh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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