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낳으면 특진·넷째는 육아도우미···"비혼도 차별없이 지원"
주택구입시 대출금 최대 1억 지원
둘 이상땐 육아휴직2년 근속인정
김 회장, 사내 복지 확대 강한 의지
싱크탱크 출범해 정책방안 제시도
“출산이 반드시 결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서구에서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2060년·2070년이 되면 인구는 3000만 명대로 추락하고 일할 사람 부족이 심각한 시대가 됨은 물론 각종 연금은 파산 상태로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만 우리 회사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김종훈(사진) 한미글로벌 회장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칼럼의 일부다. 김 회장은 합계출산율이 1.6~1.7명이 넘는 나라는 비혼 출산율이 30%를 넘어서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비혼 출산율이 2022년 기준 2%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회사는 준비가 돼 있다’는 그의 말처럼 한미글로벌은 최근 기혼과 비혼 직원을 구분하지 않고 전폭적인 출산 장려 복지 제도 확대에 나섰다.
8일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PM) 기업 한미글로벌은 구성원들의 출산을 장려하고 가족친화적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복지 제도를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사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자녀 출산 수에 따라 출산지원금을 100만~1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1회당 100만 원 한도로 난임 치료·시술 실비를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22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을 수상한 바 있는데 이를 추가로 확대한 것이다.
◇육아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자녀 수에 따라 혜택 쏟아내=이번에 시행되는 복지 혜택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혼과 비혼 관계없이 직원들이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그에 따른 파격적인 지원을 실시하는 점이다. 우선 한미글로벌은 두 자녀 이상 출산한 직원에 대해 최대 2년의 육아휴직 기간도 근속 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나아가 셋째를 출산한 직원은 승진 연한이나 고과 등의 조건 없이 즉시 특진시키는 파격적인 제도도 도입했다. 넷째부터는 출산 직후 1년간 비용과 상관없이 육아도우미를 지원한다.
출산 관련 복지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녀 수와 관계없이 90일의 법정 출산휴가와 별도로 30일의 특별 출산휴가를 유급으로 추가 부여하고 이후 육아휴직 3개월 동안은 월 급여를 보전해준다. 양육기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유연 근무 제도가 도입된다. 신입 사원 공개 채용 때도 자녀가 있는 지원자는 서류 전형에서 가점을 줄 방침이다.
이에 더해 주거 문제로 결혼을 망설이는 직원들을 돕고자 결혼 시 주택 구입 지원 대출도 최대 1억 원까지 확대했다. 기존 무이자 5000만 원에 추가로 2% 금리의 5000만 원 사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내 결혼추진위원회를 재정비해 결혼 장려 제도 수립 및 실행에 참여시켜 구성원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 “저출산 해결이 시대정신”···저출산 싱크탱크도 출범=한미글로벌이 이 같은 복지 혜택을 펼칠 수 있는 데는 김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번 복지 제도도 김 회장의 아이디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례로 ‘셋째 출산 시 조건 없이 특진’의 경우 당초 사내 인사팀에서 마련한 방안은 인사고과를 일부 반영하는 안이었으나 제도 시행을 앞두고 김 회장이 인사 담당 임원과 하루에도 수차례 미팅을 가지며 ‘조건 없이’를 명시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1996년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을 설립해 국내에 PM 개념을 도입한 인물이다.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인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와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국내외 굵직한 건설 현장의 사업 관리를 맡으며 성장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넥실리스 폴란드 동박공장 등 하이테크 부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의 특별 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수주하며 지난해 매출 3744억 원, 영업이익 308억 원, 당기순이익 287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은 1077명이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며 김 회장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꼽았다고 한다. 한미글로벌의 한 임원은 “김 회장이 직원들을 만나면 ‘저출산 문제 해결이 나에게 남은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앞서 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인구문제를 전담할 부총리급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지난해 10월 이인실 전 통계청장을 초대 원장으로 하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담당한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발기인 대표를 맡기도 했다. 연구원은 초저출산·초고령화 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헤쳐나가고자 발족된 기관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 및 정책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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