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도형, 체포된 뒤에도 380억어치 코인 빼돌린 정황”

동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지난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된 권도형(오른쪽) 테라폼랩스 대표./로이터 뉴스1

검찰은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동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뒤 거액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단성한 부장은 “권도형이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이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소유 가상 화폐 지갑에서 약 2900만달러(378억원) 상당을 인출한 것으로 파악해 추적 중이다”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LFG는 가상 화폐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권씨가 만든 재단이다.

권씨는 지난 3월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로 출국하기 위해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가 붙잡혔다.

단 부장은 LFG 소유의 가상 화폐 지갑에서 상당액이 인출된 것에 대해 “권도형 혹은 권도형의 지시를 받는 누군가가 시그넘 은행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 중이다”고 했다. 시그넘 은행은 스위스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은행이다. 시그넘 은행의 권 대표 자금 중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이 도피 기간인 2022년 6월에서 지난 2월 인출됐다. 권 대표는 이 은행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번엔 다른 은행을 이용해 검찰 수사망을 피하려 했다는 취지다. 단 부장은 현재 시그넘 은행에 남아있는 169억원도 LFG의 가상 화폐 지갑에서 이동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자금 동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단 부장은 “루나·테라 사건은 한국에서 벌어진 최대의 금융 사기 사건 혹은 증권 사기 사건이다”며 “권씨는 한국으로 먼저 송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권씨는 한국에서 금융 사기로 징역 40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범죄 최고형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주범인 김재현씨가 받은 40년이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피해액은 1조원으로, 권씨가 이를 넘어선 형량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