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온라인 쇼핑몰 손배소 2심서 ‘차별은 인정, 위자료 불인정’
“안녕하세요. 혹시 제 근처에 빈자리가 있을까요?”
8일 오전 9시5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306호 법정에서 ‘조심스러운’ 질문들이 들렸다. 2017년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을 상대로 “이용에 차별을 받고 있다”며 소송을 낸 시각장애인들이 선고 결과를 듣기 위해 법원을 찾은 터였다. 선고 시각보다 20분 일찍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약 6년간 쌓아온 기대감은 단 5분 만에 뒤집혔다. 1심에서 인정한 위자료 지급 의무를 항소심 재판부가 취소한 것이다.
이들의 법정 싸움의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모씨 등 1·2급 시각장애인 960여명은 2017년 9월 SSG닷컴·롯데마트·이베이코리아(G마켓)를 상대로 1인당 200만원씩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체 텍스트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정보 이용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취지였다.
1심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한성수)는 2021년 2월 “피고는 원고에게 각 1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텍스트 아닌 콘텐츠가 담고 있는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미흡하게 제공했다”면서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인 원고 등은 해당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1항에 따라 원고에게 이를 금전으로 위자(위로·도움)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화면 낭독기를 통해 청취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는 이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를 했다면서도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다만 6개월 이내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는 1심 판결은 유지했다.
판결 직후 이상희 디지털접근성진흥원장은 “원고들로선 위자료 액수보단 장애인의 권리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며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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